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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超)격차’ 전략을 위해 EUV(극자외선) 기술에 약 2조원을 추가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D램 메모리값이 50% 가까이 급락했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EUV 장비 추가 투자를 통해 비메모리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거의 동시에 업계 첫 5나노(nm·10억분의 1m) 공정 개발을 완성한 삼성전자는 연내 완공될 화성 EUV 전용라인에 대한 장비 투자도 시작할 전망이다. 내년 전용라인 가동을 위한 장비 입고가 본격화되면 올 한해 EUV 투자액만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업황 악화 불구…비메모리 ‘超격차’ 위한 선제 투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연이어 최첨단 EUV노광기(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장비)를 각각 4대, 5대 등 총 9대를 들여왔다. EUV 장비 투자액은 약 9억 5400만 유로(약 1조 2300억원)로 EUV노광기 1대당 1370억원 상당이다. 올 2분기에도 약 6억 유로 상당의 EUV노광기(6대 추정)을 추가로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나란히 급락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벌어들인 수익을 EUV에 재투자하며 파운드리 분야에서 새로운 초격차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마이크론은 감산까지 결정한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EUV 장비 투자를 진행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EUV 기술을 기반으로 5나노 공정을 TSMC와 동시에 업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달 안에 7나노 제품 출하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연내 6나노 제품 설계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새로운 공정을 도입한 제품 출하를 원활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EUV노광기 추가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메모리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불과하고 삼성전자가 EUV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삼성은 EUV 기술을 선점해서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포석”이라며 “EUV기술에 자신감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게 오히려 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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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48.1%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지만, 삼성전자가 19.1%로 2위에 올라서며 격차를 좁히기 시작했다. EUV 전용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 이후에는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가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의 규모가 영세한만큼 중견 파운드리에 대한 정부 지원도 병행돼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한 중견 파운드리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비메모리 투자 지원이 초미세공정을 다루는 삼성전자는 물론 소규모 팹리스와 협업할 수 있는 파운드리까지 이뤄져 산업 생태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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