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성공전략 도움 받으려고 대기업들도 줄서요"

글로벌 수주 컨설팅 업체 '쉬플리' 한국지사 김용기 대표 인터뷰
현대로템, 효성 등 방산·IT 다양한 산업군 컨설팅
"컨설팅에 전문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
  • 등록 2019-02-07 오전 5:00:00

    수정 2019-02-07 오전 5:00:00

김용기 대표가 구로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쉬플리코리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비욘드 맥킨지’(Beyond Mckinsey)라는 비전으로 기존 컨설팅에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전문기업으로 발돋움 하겠습니다.”

6일 기자와 만난 김용기(사진) 쉬플리코리아 대표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맥킨지를 넘어 고객의 니즈를 꼼꼼하게 파악해 충족해주면서 전문가까지 활용한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 50명의 쉬플리코리아는 2008년 설립된 수주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1972년 미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입찰 제안 컨설팅 업체인 ‘쉬플리’의 한국지사다. 대개 정부나 관공서 등 발주처들은 공사계약을 비롯한 대규모 매매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예비 수주처)로부터 경쟁적으로 입찰 신청을 받는다. 입찰에 참여한 예비 수주처들은 발주처로부터 계약 건을 따내기 위해 영업 전략을 펼치고 제안서를 제출하는데, 예비 수주처들의 컨설팅을 돕는 게 쉬플리코리아다. 고객의 니즈에 꼭 맞는 제안서는 계약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미사일·전투기·비행기 등 계약 구매 규모가 커서 공식적인 구매 결정 프로세스와 구매 조직이 필요한 상황에 입찰 컨설팅이 요구된다”며 “그런 공식적인 경쟁을 해야 구매 절차가 투명해지고 경쟁 업체가 많아지면 단가가 낮아져 고객에게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쉬플리코리아가 지난 10년 간 컨설팅을 맡은 업체들이 수주한 규모만 21조 정도이며 수주율은 88.4%다.

그런 김 대표는 현대자동차·교보증권·SK텔레콤 등 다양한 업계에서 30년 넘게 세일즈(영업)를 해온 전문가다. 김 대표는 “‘술상무’라는 직책을 달고 관계 형성 영업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술로 가득 찬 삶에 회의를 느꼈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회사를 설립했고 제안 방법이나 기업들의 반응, 수주율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영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수주컨설팅 과정에서 김 대표가 꼽은 3가지 핵심은 △정보 수집 △메시지 개발 △메시지 전달 등이다. 우선 입찰을 진행한 고객의 니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경쟁자가 있는지 파악한다. 그런 다음 가격·품질 경쟁력 등 수주처가 내세울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대면 만남이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발표 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정까지 모두를 효과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고객이자 발주처의 니즈를 ‘빙산(氷山)’으로 표현했다. 김 대표는 “흔히 발주처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한 제안 요청서(RFP)는 겉으로 드러난 표면상의 요구에 불과하다”며 “수면 아래에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정한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해 제시하는 쪽이 성공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김 대표는 “2017년 현대로템의 장갑차 수주 계약 당시, 발주 고객이 RFP를 통해 ‘장갑차는 무조건 튼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당시 차륜형 장갑차와 무한궤도형 장갑차 두 가지 방식이 있었다. 군 부대 등 조사 결과 현대전의 90%는 도심전이라 튼튼한 것보다는 생존성과 기동성이 중요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에 튼튼하지만 기동성이 낮은 무한궤도형 대신 가볍고 이동성이 좋은 차륜형 장갑차를 역으로 제안해 계약이 성사됐다. 우리가 고객의 니즈를 재정의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현대로템은 방위사업청에서 발주한 차륜형장갑차 2차 양산물량 납품계약을 3907억원에 체결했다.

국내에서 방산·정보기술(IT)·금융·면세점 등 산업군을 컨설팅하는 쉬플리코리아가 도운 업체 리스트에는 현대로템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효성, 한미약품, KT CS 등 대기업들이 올라있다. 김 대표는 “향후에 중요한 산업군은 해외시장의 건설·토목이다. 한국의 건설·토목 업체가 해외에 수출을 하면 레버리지 효과가 뛰어나며 방산보다 수주 규모가 몇 배는 더 크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대표는 “올해 목표로는 매출액 5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며, 향후에는 지금의 컨설팅에 더해 솔루션까지 결합한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가령 잠수함을 수주할 때 제안서만 컨설팅하는 게 아니라 잠수함 전문가도 참여시켜 전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내 입찰 시장이 빠르게 투명해지고 있는 만큼, 로비 등 불법이 아닌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컨설팅에 성공한다면 사회에도 롤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용기 대표가 구로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쉬플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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