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르포]무인 편의점 신분 확인 등 고객 문제 대처 미비

이마트 24 ‘무인 점포’ 직접 이용해보니
빠르고 편리…고객문제 대처는 미흡
신분확인 ·절도 대처 매뉴얼 필요
2030 '언택트' 문화 소비에도 반영
  • 등록 2019-01-12 오전 12:10:14

    수정 2019-01-15 오후 3:17:45



이마트24 무인편의점 셀프 계산대 (사진=스냅타임)


이마트 24 무인편의점 직접 이용해보니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 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면서 ‘무인화’ 창업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원이 상주해 손님을 맞이하는 게 시간적, 금전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편의점 무인점포, 코인노래방, 무인카페, 무인 빨래방 등 ‘사람 없는 가게’가 지난해부터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으나 이로 인한 문제점도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스냅타임은 서울 중구에 있는 이마트 24 무인점포 서울조선호텔 점을 방문해 물건을 구매해봤다. 누군가와 대면하지 않고 직접 빠르게 계산하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은 편리했지만, 신분확인절차와 고객 문제에 신속히 대처할 매뉴얼이 미비한 점 등 한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 담배 자판기 (사진=스냅타임)


허술한 신원확인…'엄카'로 청소년도 담배 구매 가능

이마트 24 서울조선호텔 점은 구석진 지하 1층에 있고 간판이 없어 찾기가 어려웠다. 하도 헤매 도착하자마자 “드디어 왔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마트 24 무인점포는 입구 앞에서 신분확인을 해야만 출입 가능하다. 호텔 직원이라면 사원증 하나만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일반인이라면 이마트 24 앱을 통해 받은 바코드가 필요하다. 미성년자의 출입은 제한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가 ‘엄카(엄마카드)’ 등 타인의 카드를 이용하면 언제든 제한망을 뚫고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 24 관계자는 "청소년의 담배 구매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주민등록증과 지문인식 담배 자판기를 도입할 계획이다"며 "현재 성수 본점과 청담 본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종업원 없어 편하지만 도움 요청할 땐 불편

일반 편의점과 다를 바 없이 거의 모든 물건이 다 진열돼 있었다. 다만 매장에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바코드 인식기와 컴퓨터 화면만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했다. 직접 셀프계산대를 통해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하고 계산까지 한다. 문 앞에는 '도움이 필요하면 아래 번호로 연락 달라'는 문구의 메모가 부착돼 있었다. 일주일에 1~2회 정도 무인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김모(30)씨는 "결제 시스템이 어렵다거나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오히려 대면할 종업원이 없다는 점이 편하다"고 말했다. 매장을 방문한 이모(32·여)씨는 “무인점포를 하루에 한두번씩은 이용한다”며 “우선 사람과 대면을 하지 않으니까 껄끄러움이 적고, 빠르게 계산만 하고 나가면 되니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다만 "가끔 사고 싶은 물건이 떨어지면 도움을 요청할 직원이 없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실제로 매장 안에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 진열대가 텅빈 곳이 한 둘이 아니었다. 점심때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제품일수록 빠르게 소진돼 남아 있지 않았다.

(사진=스냅타임)


환불 절차 번거롭고 절도 무방비 노출 우려

몇 가지 물건을 골라 직접 계산해봤다. 바코드 인식이 하도 잘돼 같은 물건이 두 번 찍히는 실수를 범했다. 옆에 있는 동료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계산할 뻔했다. 중복 계산된 물건을 환불하려면 매장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해 직원에게 직접 영수증을 보여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폐쇄회로(CCTV)가 여러곳에 설치돼 있기는 했으나 CCTV 각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들도 있어 절도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도 있다. 특히 신분 확인 절차, 매장 내 문제가 발생했을 시의 대처 매뉴얼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상용화되기까지 숱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마트 24 관계자는 "고객의 모바일 앱 출입 정보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 도난 이슈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무인화 바람은 이미 업계에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자리 잡았다. 이미 이마트24를 비롯해 CU의 ‘바이셀프’, GS25의 ‘스마트 GS25’ 등 무인편의점들이 성업중이다. 편의점 종업원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버거킹과 맥도날드 등 일부 페스트푸드 업체는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해 아르바이트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는 종업원이 없는 무인카페까지 생겼다.

무인편의점에서 계산 중인 스냅타임 (사진=스냅타임)


2030 '언택트' 문화, 소비 심리에도 반영

전문가들은 이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언택트(Un-tact)'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택트란 불필요한 대면 소통이나 접촉을 줄이고 홀로 행동하려는 생활 방식으로, 지난해부터 유통업계 소비 트랜드로 급부상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비대면 서비스 열풍은 기술, 유통환경의 빠른 변화와 소비자의 심리, 욕구 변화가 맞물려 발생한 것”이라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등 관태기(관계 권태기)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배진솔 장휘 한종완 인턴기자·김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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