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사업다각화 봇물...독일까,약일까

제약업계 건강식품,화장품 중심 신규사업 속속 진출
업계, 안정적 신규 수익 창출원 확보에 효과적
한눈 팔다 본원 경쟁력 잠식 우려도
  • 등록 2019-01-09 오전 5:00:00

    수정 2019-01-09 오전 5:0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류성 기자] 지난 4일 서울 이촌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건강식품 매장 ‘뉴오리진’ 동부이촌점. 85평 규모 매장에서는 홍삼,녹용,비타민C,샐러드등 30여가지 건강식품을 선보이고 있었다.매장에서 만난 여동재 점장은 “하루 고객 200~300명이 매장을 찾는데 주고객은 건강을 중시하는 40~60대 여성이다”고 귀띔했다.

프리미엄 건강식품 매장 뉴오리진은 1위 제약사 유한양행(000100)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야심차게 벌이고 있는 신규사업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오픈한 동부이촌점을 포함해 지난해 부산 W스퀘어점,서울 롯데월드타워점 등 뉴오리진 매장 7개점을 개점했다.올해는 15개점 가량을 추가한다.정경인 유한양행 푸드&헬스 팀장은 “식품뿐 아니라 스킨케어,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사업영역을 넓혀나갈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체마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사세확장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신규사업으로 선호하는 분야는 주로 건강식품,화장품이다.업계는 “이들 사업분야는 건강을 테마로 하는 제약·바이오 본업과 연관성이 있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데 부담을 최소화할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한양행이 서울 이촌동에 지난달 문을 연 건강식품 콘셉트 매장인 ‘뉴오리진’의 내부 모습. 유한양행 제공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제약업체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대웅제약(069620)이다.자회사인 디엔컴퍼니를 통해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이지듀’를 내놓고 있다.디엔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439억원,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업이 안정권에 진입했다.

대웅제약은 디엔컴퍼니에 자체특허를 보유한 상피세포성장인자를 함유해 피부탄력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원료를 공급한다.판매는 디엔컴퍼니가 담당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이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게 된 비결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경쟁력있는 제약기술을 화장품으로 적용범위를 확대,제품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동국제약(086450) 또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한 화장품 사업이 안착한 케이스.이 회사는 대표약품 ‘마데카솔’의 연고성분을 활용한 ‘마데카 크림’을 2015년 출시하며 뛰어든 화장품 사업에서 지난해 매출 600억원 가량을 거뒀다. 동국제약은 건강기능식품 매장 ‘네이쳐스비타민 샵’을 현대백화점(069960), 롯데백화점,신세계(004170)백화점 등에 숍인숍 형태로 72개점 운영한다.

이 매장에서는 크림, 에센스, 건강기능식품 등 170여 가지 제품을 판매한다. 동국제약측은 “제약으로만 매출성장에 한계가 있어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했다”며 “안정적 신규 수익원 확보차원에서 사업다각화는 바람직한 전략이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068270)도 화장품 업체 한스킨 인수 후 사명을 셀트리온스킨큐어로 변경하고 기능성 바이오화장품 사업을 본격 전개하고있다.셀트리온은 이 회사에 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공급한다.다만 사업시작 이후 6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피부과 처방의약품 시장강자인 동구바이오제약(006620)종근당(185750) 계열사 종근당건강도 화장품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치열해지는 사업환경속에서 성장을 지속할수 있는 효과적 사업전략이라는 입장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약·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그나마 확보한 본원 경쟁력을 훼손할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업체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10년 가까이 걸리다보니 위험분산 차원에서 업체마다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며 “제약·바이오 전체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제약·바이오 업체 업력이 수십년에 이르다보니 창업초기 기업가적 도전정신이 희박해지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전형적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인 신약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기보다 안정적 수익원을 찾는데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그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장기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대다수 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며 “결국 안정적 연구개발비 확보를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어찌보면 ‘필요악’과 같다”고 판단했다.

동국제약이 운영중인 건강기능식품 매장 ‘네이쳐스비타민 샵’ 매장 전경. 동국제약 제공
사업다각화 추세가 확산되면서 장기적으로 업계는 제약·바이오 전문업체와 비전문업체로 이원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제약·바이오 업체의 미래 생존여부는 사업다각화에 성공하느냐,아니면 신약을 개발할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체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업체는 신약 개발에 더욱 집중하면서 제약업의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임 교수는 전망했다.

문제는 사업다각화나 신약개발 모두 쉽지 않은 활로라는 데 있다.사업다각화에 성공하려면 이미 그 사업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메이저 선발업체들을 극복해야 하는데 신규 시장진입자로서 버거울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제약사더라도 대규모 자금을 오랫동안 투입해 신약을 만들기도 만만치 않은 게 업계 실정이다.실제 대다수 제약사가 외국회사 약을 들여다 판매해 올리는 매출비중이 50%를 넘나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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