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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사범 한해 4만여명 검거
25년. 전 남편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기전까지 이씨가 고통받은 시간이다.
지난 1993년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직후버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이씨는 지난 2015년 김씨와 이혼했다. 김씨가 친구들과 제주도에 다녀온 이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 직후였다. 하지만 이혼으로도 김씨의 폭력에서 벗어나는데는 실패했다.
이혼 후에도 김씨는 이씨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 GPS를 설치해 미행하고 가발을 쓰고 접근하는 등으로 지속적으로 이씨를 찾아와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결국 실천에 옮겼다.
가정폭력은 한국사회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가정폭력으로 16만4020명이 검거됐다. 한해 4만명이 넘는다. 여성 피해자가 75%다.
재범률이 높아진 배경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하고 있다. 가정폭력 사범이 구속수사를 받는 경우는 총 검거인원 16만 4020명 중 1632명으로 0.99%에 그쳤다. 강서구 주차장 살인 사건 피의자 김씨 역시 2015년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검거한 가정폭력 사범이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검거한 피의자 중 35.2%(5만7728명)는 형사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되지 않고 ‘가정보호사건’으로 법원에 송치됐다. 가정보호 사건으로 처리되면 형법이 아닌 ‘가정폭력특별법’에 따르며 형사처벌 대신 상담이나 친권행위 제한, 사회봉사 등의 처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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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사범이 16만명에 달하고 재범률도 높아지면서 가정폭력 예방·처벌을 목적으로 제정한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폭력특별법의 제정목적이 ‘처벌’보다는 ‘가정 유지’에 편중한 탓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이 법의 주요 목적을 피해자와 가족의 안전 보장에 두고 가해자 형사 처벌 보장과 접근금지 명령 위반 시 체포 의무 정책을 도입하도록 해당 법을 개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현행 가정폭력특별법은 가정 폭력을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 정도로 여기고 있다”며 “가정폭력 사건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끔찍한 결과로도 이어지는 현재 가정폭력 사범을 형사 처벌해야 할 강력 범죄로 정의할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 범죄 피해자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만큼 선진국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를 강력한 조치로 분리해 보호할 수 있는 ‘젠더폭력방지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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