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시선바뀌는타투…②“제 그림으로 유기동물 지원하고파”

  • 등록 2018-10-21 오전 8:00:27

    수정 2018-10-21 오후 6:18:25

[인터뷰]6년 차 반려동물 타투이스트 지란씨 동물병원 수의테크니션에서 타투이스트로 인생 2막 펼쳐 “처음에는 강한 편견…일본 여행 후 타투에 매료돼” “타투이스트의 길, 쉽지 않아요”…현실의 벽 높아

타투이스트 지란씨가 스냅타임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스냅타임)


달라진 사회인식만큼이나 조금은 특별한 타투로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타투이스트가 있다. 기존의 타투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리는 6년 차 타투이스트 지란(28)씨.

그는 타투이스트 이전에 동물병원의 수의테크니션으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타투(문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선입견이 강했다”며 “혹여나 길거리에 타투한 사람이 지나가기라도 할 때면 대부분 따가운 눈빛을 보내며 꺼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타투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지란 인스타그램)


운명처럼 만나게 된 ‘타투’

지란씨는 6년 전 정해진 업무와 출퇴근에 대한 압박 등으로 점점 지쳐만 갔고 무엇보다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생명과 돈을 저울질하는 상황이 혼란스러워 수의테크니션을 그만뒀다고 했다. 수의테크니션을 그만둔 후 간 일본여행에서 그는 ‘타투이스트’라는 인생의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된다.

일본 여행 중 우연히 식당 종업원 목 뒤에 있던 나비 모양의 타투가 예뻐 보여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타투숍으로 발길을 옮겼다. 타투를 새기던 중 타투이스트의 모습에 매료돼 바로 그 길로 들어섰다. 지란씨는 타투에 대해 자신의 세계를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진솔한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타투는 조폭들의 전유물이고 타투이스트들 또한 단순한 기술직으로 생각했던 한때의 강한 편견이 분명히 있었다”며 “이러한 편견은 직접 타투이스트들을 보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심오하고 개성 강한 전문직으로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지란 인스타그램)


높은 현실의 벽…쉽지 않은 ‘타투이스트의 길’

타투를 시작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초창기 SNS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게시하고 손님을 모아야 했지만 게시물이 적다 보니 손님을 끌어모을 수 없었다.

자신이 타투이스트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게시물을 꾸준히 올려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포트폴리오’가 부족했다. ‘타투도 그림처럼 그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철없는 자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당시 타투를 만만하게 본 점도 없지 않았지만 막상 해보니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내가 타투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

결국 피나는 연습 끝에 비로소 안정적인 타투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타투에 대해 ‘어렵고 정답 없는 미로 같다’고 했다.

다행스럽게 노력한 만큼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타투이스트로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다. 최근 1~2년 사이에 해외 손님이 많아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사진=지란 인스타그램)


반려동물 타투이스트로 ‘인생 2막’

처음부터 반려동물 타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동물 타투를 그려 자주 SNS에 게시했다. 그걸 본 손님들이 반려동물 타투를 그려 달라 요청했고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타투가 주를 이뤘다.

반려동물 타투를 그릴 때 동물의 사진을 보면 성격이나 특징이 보인다는 지란씨. 부족한 점은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최대한 특징을 살려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그린다고 한다. 가끔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와 주인만의 상상력을 펼치며 그려달라고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 3개월씩 여행을 떠난다는 그는 여행 시기에 맞춰 SNS에 근무일정을 공지한다. 그럼 여행하는 지역 내 거주민에게 연락을 받고 근무일정에 맞춰 예약을 받는다. 예약일정에 맞춰 타투숍에 일정금액을 주고 공간을 빌려 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는 이제 타투이스트로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스타일도 찾는 중이다. 그는 “타투의 특성상 작품은 손님의 것이 된다”며 “그래서 작업하기 전에 손님들과 충분한 소통을 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타투에 담으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지란씨는 타투 이외에 그림을 그려 판 돈으로 유기동물 지원에 기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타투를 하고 싶지만 사정상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 중 그림이 마음에 들어 타투보다는 그림으로 받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며 “그런 손님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받은 돈으로 유기동물 지원에 기부하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지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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