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한 기업이 침몰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던 GE 얘기다. GE는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회사로 미국 제조업의 대명사로 불렸다. GE는 최근 미국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다수존스산업평균지수 산정 항목에서 제외됐다. 초우량기업들만 포진한 블루칩 리스트에서 빠졌다는 의미다.
GE가 다우지수에서 제외된 건 실적이 부진하고 주가가 크게 하락한 탓이다. 이 회사는 다우지수 출범 당시 지수 산출에 포함된 후 110년 이상 살아남은 유일한 회사이자 한때 시가총액 1위의 퇴출이란 점에서 충격이다. GE는 지난 1년간 주가가 55%이상 하락했고, 이 기간 시총도 1000억 달러 이상 날아갔다. 미국 경제호황으로 같은 기간 다우지수가 32% 뛴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회사는 비주력 금융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과거 성장 전략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무너지고 있다. 한때 혁신 기업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이 회사가 타이타닉호의 침몰 같은 모습을 모이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GE 따라 하기에 열심이던 시절이 있었다. 뉴욕주 오시닝 크론톤빌에 있는 ‘잭 웰치 리더십 센터’는 대기업들이 앞 다퉈 찾던 연수 코스였다.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 한 기업의 굴기(?起)를 볼 수 있다. 중국 최대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다. 이 회사는 27일부터 3일간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에서 5G통신이 가능한 AI(인공지능) 반도체 ‘기린 1020’을 공개했다. 또 자사 장비로 구축한 5G 통신망에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홈 기기, 의료기기, 스마트폰을 연결한 미래 도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통신 장비는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의 ‘큰형’ 역할을 하는 핵심 업종으로 화웨이는 5G시대의 선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분야는 시스코시스템즈 등 미국 기업들이 주름잡던 분야다.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현지에서 화웨이의 대담한 도전을 직시했다.
시장은 냉정하다. 영원한 1등은 없다. 혁신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다.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야 지속가능하고,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빅2’ 국가 대표기업의 흥망은 한국 기업에도 많은 걸 시사한다. 한국 1등 기업 삼성전자를 보자. 그간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휴대폰 판매가 부진하고 반도체 경기가 정체상태에 들어가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착시에 빠져있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그게 현실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청와대 경제팀이 개편됐다.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바뀌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과 문 대통령 직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요즘 기업생태계가 어떠한지부터 귀를 열고 들어보길 바란다. 먼저 기업인들의 소원수리를 받고, 그 다음 부탁할 건 부탁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으면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인데, 기업 빼고 일자리 정책을 논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두 수석은 속도를 낼 것과 속도를 조절할 것을 구별하라. 규제개혁과 서비스산업 활성화관련 입법 등은 서둘러야 한다. 그제 열릴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보여주기식 회의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다.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면 경제 활성화와 정권지지를 함께 얻을 수 있다. 징벌적 성격의 부자증세와 주52시간 근무, 가파른 최저임금인상 등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균형을 맞추겠다’, ‘삶의 짊을 높이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 다른 얘기는 하지도 말라는 식의 일방통행은 곤란하다. 초기 혼란 이상의 부담은 대기업보단 중소기업, 부자보다는 서민에게 타격이 온다.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도 불린다. 윤 수석은 기업과 함께 춤을 춰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대통령을 꼭 설득하시길 바란다. “실패가 반복되면 실력이다”고 말한 건 이영표 축구해설위원이다. 경제팀에도 더 이상의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