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中 추격에…전장·AI·IoT '포스트 반도체' 삼성 이끈다

하만과 손잡고 '디지털 콕핏' 車 선보여
2020년까지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탑재
美·英·러·캐나다 등에 연구센터 세워
  • 등록 2018-06-27 오전 5:00:00

    수정 2018-06-27 오전 8:22:07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재계의 위기론은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3~5년후 먹거리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005930)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가려져 있지만,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TV, 생활가전 등에서는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이미 실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더 늦기 전에 ‘포스트 반도체’를 발굴하지 못하면 반도체 경기 하락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 석방 후 글로벌 행보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전장과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이다.

하만과 손잡고 ‘자율주행 리더’ 꿈꾸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전사조직으로 신설하면서 전장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한 해 뒤인 2016년 11월에는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면서 전장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하만은 지난해 5월 홍콩에서 열린 ‘삼성 인베스터즈 포럼’에서 ‘커넥티트 카 2025 비전’을 발표하면서 “삼성과 함께 2025년까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업계 리더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의 IT 기술과 하만의 전장기술을 접목한 첫 결실을 내놨다. ‘디지털 콕핏’은 IoT로 연결되는 사물들을 기존 기기·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확장시킨 장치다. UX(사용자경험)는 기존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의 것을 활용해 사용자들이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빅스비’를 통해 음성으로 차량 내 에어컨·음량·조명 등도 조절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전자가 3억 달러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도 조성했다. 삼성전자는 이 펀드를 스마트 센서, 머신 비전, 인공지능, 커넥티비티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해 운영 중이다.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의 글로벌 리더인 TTTech에 7500만 유로를 투자하면서 투자 물꼬를 텄다.

삼성전자는 ‘5GAA’의 신규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했다. ‘5GAA’는 5G 기술 기반의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량 등 미래 자동차를 연구·상용화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 주요 완성차 업체·통신사업자·통신장비 제조사 등 4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멤버 가운데 유일한 전장분야(Tier-1) 기업이다.

세계 곳곳에 AI센터..R&D 인력 1천명 늘린다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는 차세대 성장동력에는 AI도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 랩스’를 인수한 뒤로는 음성 인식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이 갖고 있는 음성 인식 분야와 비브 랩스의 기술이 잘 접목되면 강력한 AI 비서 서비스가 완성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음성 비서 서비스가 IoT 시대의 다양한 디바이스에 접목돼 하나의 큰 통합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가장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목표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화형 AI서비스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했다. 플런티는 기계학습(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대화형 AI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빅스비’ 성능 개선을 위해 인수를 전격 결정했다. 오는 2020년까지 자사의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탑재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S8, 갤럭시 노트8에 ‘빅스비’를 탑재한 데 이어, TV,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제품에도 음성인식 기능을 넣어 시장에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신설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5월에는 AI 관련 글로벌 우수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연구센터를 추가로 개소했다.

삼성전자는 한국 AI총괄센터가 전세계 AI 연구의 허브(Hub)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은 2020년까지 1000명 이상(국내 약 600명· 해외 약 400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IoT로 모든 기기 연결”..하반기엔 전구·센서도

“더 많은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Io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기간 연결성을 넘어 지능화된 서비스를 구현하겠다”

올 1월 김현석 삼성전자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이 했던 이 말은 삼성이 추구하는 IoT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40여개의 파트너사, 370여개의 기기가 연결된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IoT 플랫폼 연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삼성 제품뿐만 아니라 전구, 센서 등 제 3자 기기까지 연동· 제어하는 ‘스마트싱스 허브’를 국내 시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IoT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7월 사물인터넷 기기의 연결성 확보를 목표로 전세계 주요 기업들과 ‘오픈 커넥티비티 파운데이션(OCF)’을 구성했다. 아트멜, 브로드컴, 델, 인텔 윈드 리버 등 약 390개의 회원사들이 참여한 OCF는 제조사와 상관없이 스마트폰, PC, 웨어러블 기기 등 수십억 개 IoT 기기간 연결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 주도의 IoT 규약 컨소시엄인 ‘스레드그룹’에도 참여했다. 인텔과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조언하는 ‘국가 IoT 전략 협의체’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전장사업과 AI, IoT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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