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반등에도 자금유출 봇물…체면 구긴 '봉차·미차솔'

주요 간판펀드 설정액 고점 대비 평균 64.49%↓
설정 후 평균 265% 수익에도 자금 줄줄이 빠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11년 유럽 재정위기 발목
中펀드 1세대 원금 회복 구간마다 순유출
  • 등록 2017-10-30 오전 5:30:00

    수정 2017-10-30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자산운용사들의 부흥을 함께해 온 이른바 ‘간판펀드’들이 성과 호조 여부와 상관없이 줄줄이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상승 덕에 그간 부진을 만회하고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오히려 밀려드는 환매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특히 부진의 늪에 허덕였던 중국펀드 1세대들이 원금 회복 구간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이 잇달아 자금을 빼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간판 펀드’ 수익에도 자금 줄줄이 빠져…‘4.6조원→0.3조원’

29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의뢰해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간판펀드 16개의 설정액 추이(연초 기준)를 집계한 결과, 최고점 대비 평균 64.49%의 설정액 감소를 보였다. 평균 감소액으로 보면 1조35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반해 이 펀드들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0%를 넘어섰으며 설정 후로 보면 265%에 달하는 성과를 기록 중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각 사 대표펀드들을 보면 대부분 2006년에서 2008년사이에 만들어졌다”며 “당시 간접투자 상품들이 활황을 보였고 비과세혜택(지난 2007년 6월~2009년 12월, 1차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과 맞물려 해외펀드들이 인기몰이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10여 년 가까이 운용되다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을 거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의 늪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원금회복 구간마다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체면을 구긴 펀드는 ‘미래에셋인사이트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혼합)종류A’다. 이 펀드는 2007년 10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4조원 넘는 자금을 끌어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간판펀드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 해에만 51.33%의 손실을 냈다. 이후 2009년에 69.71%로 수익률 만회를 하는 듯했으나 2011년에는 다시 16.68%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 2012년에는 2조원으로 설정액이 급감했다. 올해로 10년째인 이 펀드는 3년 전부터 원금 회복 구간에 진입, 현재는 24.92%의 수익을 내고 있으나 설정액은 3574억원으로 10년 동안 4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 가입 고객들의 경우 성과 회복에 따른 일부 손절매나 수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가입 고객의 경우에도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추가 보유 부담으로 인해 환매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펀드 붐을 일으켰던 중국펀드 1세대도 마찬가지다. ‘봉차’와 ‘미차솔’로 불리는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1)’와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는 각각 설정액이 최고점보다 92.91%, 84.01% 줄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봉쥬르차이나’의 경우 2008년 초에 2조5000억원에 달했던 설정액이 현재는 1750억원에 불과하다. 2005년만 해도 100억원에 불과했던 ‘봉쥬르차이나’ 펀드는 2006년에 75.50%에 달하는 수익을 내면서 2007년 9000억원대로 급격히 설정액이 늘었고 2008년에는 2조5000억원대로 덩치를 불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50.85%의 손실과 2011년에 21.39%에 달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2012년 초 1조원대로 설정액이 급감했다. 이후 수익률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는 36%의 수익을 냈으나 여전히 자금은 빠지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중국 펀드가 수익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5년에 중국 증시가 급락한 후 환매 시점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수익률 호조에도 대부분 운용사 간판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추세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ClassA’(2조5987억원→9176억원), ‘삼성코리아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1조4251억원→3010억원),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A’(2조5127억원→9803억원),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1(주식)(A)’(1조9861억원→5045억원) 등이 최고점 대비 설정액이 크게 감소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대부분 간판펀드들이 수익률 꼭지에서 많이 물렸다”며 “특히나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손실을 맛보면서 해외펀드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겨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비과세 정책 인기 편승?…“묻지마식 쏠림현상 기대 어려워”

자산운용사 간판펀드들이 과거 해외펀드 비과세 정책과 맞물려 덩치를 키운 만큼 올해도 비과세 해외펀드 인기 편승을 기대하는 눈치이나 자존심 회복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07년 당시 묻지마식 투자로 인한 투자자 쏠림현상은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의 판매잔고는 2조4586억원으로 집계, 9월 한 달간 판매금액이 사상 최고치인 3559억원을 기록했다. 연말(12월31일) 비고세 제도 일몰을 앞두고 날로 높아지는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과 출시 후 지속하고 있는 높은 투자성과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중국펀드 등으로의 투자자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 아시아, 글로벌 등 다양한 지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별펀드로 보면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1964억원),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1750억원), ‘KB통중국고배당증권’(1338억원),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1274억원), ‘KB중국본토A주’(1108억원) 등이 설정 순위 상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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