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대규모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외국인 투자가는 오히려 등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아니었다면 수급 불균형으로 주가가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외국인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비중을 줄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14일 한국거래소와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0월30일 이후로 삼성전자 주식 1조 7198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 지분 보유율은 50.62%에서 49.80%로 낮아졌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29일 앞으로 1년간 11조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내년 1월까지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는 주주친화정책을 중시하는 외국인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잇달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베스트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16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상향하며 가장 높은 가치를 산정했다. HMC투자증권은 기존 146만원에서 157만원으로 목표가를 상향했고, 신한금융투자과 대신증권은 167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올렸다.
보통주보다 주주환원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선주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은 898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우선주를 매각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아서 배당투자자가 선호하는 주식이다. 경영진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하지만 주가는 10월29일 107만8000원에서 106만2000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기타법인이 1조원 이상 사들였지만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애초 기대와 달리 외국인이 빠르게 비중을 축소하는 이유는 앞으로 실적 개선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중국 기업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풍부한 자본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LCD에 이어 반도체 산업까지 내재화를 시작했다”며 “삼성전자 전 사업부문에서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내부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주축으로 바뀐 조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진출하게 밝히는 등 사업 재정비에 나섰지만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 부회장 체제로 바뀌고 난 뒤 경영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면사 “새롭게 바뀐 체제에 대해 확인하고 가도 늦지 않는다는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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