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이런 모습을 ‘철새 정치인’ 등으로 비하하기도 하는데요, 철새들이 알면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이동은 생존을 위한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새는 크게 장거리 이동 없이 한 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텃새와 계절마다 이동하는 철새로 구분됩니다. 철새는 또 계절에 따라 여름철새와 겨울철새, 봄·가을에 이동하는 나그네새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246종입니다. 이 중 조류는 61종(1급 12종·2급 49종)입니다. 이들 가운데 매년 봄·가을 우리나라를 찾는 나그네새는 10여종 정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나그네새는 △넓적부리도요(1급) △청다리도요사촌(1급) △검은머리촉새(2급) △무당새(2급) △물수리(2급) △벌매(2급) △알락개구리매(2급) △알락꼬리마도요(2급) △흑두루미(2급) 등입니다.
넓적부리도요는 몸길이 14.5㎝의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은 도요과 조류입니다. 부리 색이 검고 끝이 주걱 모양으로 생긴 것이 특징입니다. 여름철 번식기에는 얼굴과 가슴 등이 붉은 갈색으로, 겨울에는 머리가 엷은 회색으로 눈썹선과 가슴은 모두 흰색으로 변합니다. 다리는 검은색입니다.
청다리도요사촌은 몸길이 30㎝의 중형 도요과 조류입니다. 몸길이에 비해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도 여름과 겨울에 몸색깔이 바뀌는데요, 여름에는 정수리와 뒷머리가 검은빛이 도는 갈색으로, 겨울에는 몸 윗면 회색 깃 가장자리 흰색이 됩니다. 다리가 노란색이어서 다른 도요과 조류들과 구분됩니다.
|
|
벌매는 매목 수리과 속하는 맹금류지만, 벌의 유충을 주로 잡아먹는다고 해서 ‘벌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몸 윗면은 갈색 또는 흑갈색을 띱니다. 제주도의 중산간 초지대, 곶자왈, 마라도 등에서 발견되며, 9월 한 달에 걸쳐 수십마리에서 수백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
알락꼬리마도요는 몸길이가 53~66㎝로 도요새 중에 덩치가 큰 새로 분류됩니다. 휘어진 긴 부리로갯벌에 숨은 갯지렁이와 게 등을 끄집어내 물에 씻어 먹을 정도로 영리합니다.
|
철새는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장거리 여행하며 사는 것이 숙명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이 ‘동→서’ 이동이 아닌 ‘북→남’ 이동을 합니다. 많은 철새들이 여름철에 시베리아와 몽골 등 북반구에서 번식해 가족을 꾸립니다. 이어 짧게는 1~2일, 길게는 1~2개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머무른 뒤 다시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대이동은 왜 하는 걸까요? 여기에는 여러 학설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먹이설입니다. 새들도 사람처럼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먹이도 많고 쾌적한 환경에서 짝을 찾아 가족을 이루고 충분하게 휴식을 취한 뒤, 날씨가 추워져 먹잇감이 사라지면 잠시 다른 먹잇감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고향을 찾는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들의 긴 여행에 휴게소와 같은 곳이 되는 셈입니다.
넓적부리도요와 청다리도요사촌 등 도요새류는 날갯짓으로만 비행을 하는데요, 서해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통해 몸집을 2배 가까이 늘려서 체력을 보충한 후에 장거리 여행에 나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몸집만 봐도 우리나라에 언제 왔는지가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는 매년 크게 줄고 있다고 합니다. 서식지와 월동지에서의 무분별한 남획과 개발 등으로 이들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탓입니다. 새가 없는 하늘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새가 없다면 사람도 살 수 없다고 합니다. 생태계 연결고리에서 한 고리만 깨져도 생태계 피라미드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김성현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는 말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지킬 수 있습니다. 어떤 새가 멸종위기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지키려고 해도 지킬 수 없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 관련기사 ◀
☞ [멸종동물을 찾아서]멸종위기종 삵…호랑이보다 무서운 교통사고
☞ [멸종동물을 찾아서]일본인이 더 사랑한 '조선원앙'
☞ [멸종동물을 찾아서]“살았나 죽었나”…일제때 사라진 ‘아무르 표범’
☞ [멸종동물을 찾아서]무지개 팔색조 제주로 돌아온 이유
☞ [멸종동물을 찾아서]한라산 노루 '멸종위기' Vs '유해동물'
☞ [멸종동물을 찾아서]'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죽었니 살았니?'
☞ [멸종동물을 찾아서]향기탓에 멸종위기..휴전선 덕에 살아남은 사향노루
☞ [멸종동물을 찾아서]백령도 점박이물범…천적은 '상어' 아닌 '사람'
☞ [멸종동물을 찾아서]마지막 한국늑대 동물원에서 죽었다
☞ [멸종동물을 찾아서]정력에 좋다는 속설에 멸종당한 '대륙사슴'
☞ [멸종동물을 찾아서]한국 스라소니, 사냥꾼은 "있다" Vs 학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