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자동차산업협회가 주최한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에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금의 노사관계 부담이 계속된다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세미나에서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현재의 자동차산업에 대해 “높은 노동비용, 노동의 유연성 부족, 낮은 생산성 등으로 국내 생산의 경쟁력이 상실됨에 따라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해외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완성차업체의 해외생산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부품의 국내생산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난 5년간 경쟁사 대비 최고 인건비 증가율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4%로 일본 도요타 7.8%(2012년) 독일 폭스바겐(10.6%)보다 높다.
지난해 완성차업체 직원 평균급여는 9234만원으로 도요타(8351만원)나 폭스바겐(9062만원)보다 높다. 반면 생산성의 경우 1인당 7억470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15억 9440만원의 도요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073240)는 23일째 이어지는 노조의 전면파업에 대응해 지난 6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수준과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적용 등을 두고 극한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현재 매출손실은 1000억원에 이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글로벌 스탠다드 정립을 위한 방안들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의가 이어졌다.
강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들의 파업권을 보장한다면 사용자의 대체인력투입권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법의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사용금지’ 조항으로 노조가 파업을 해도 사용자는 대체근로 투입을 못 해 파업에 따른 생산량 저하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에는 이러한 법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1년 단위의 노사협약을 3~4년 단위의 중장기 협약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실장은 “매년 임금협상, 격년 단체협상은 노조의 단기적 이익 쟁취 행사로 관례화돼 매년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더욱이 2~3년마다 노조위원장 선거가 있어 경영실적과는 무관한 투쟁적 성격을 갖는 교섭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 GM은 1999년 이후 단체교섭 주기를 1년에서 4년으로 확대해 단기적 이익추구 행태를 중장기 관점으로 전환했다. 프랑스 르노도 경영유연성을 주기 위해 3년 주기로 변경했다. 일본·독일 노사는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최우선하는 협조적 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있어 매년 교섭하더라도 경영에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고비용·저효율의 노사관계 부담이 계속된다면 ‘후퇴’냐 ‘전진’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노사간 치열한 글로벌 경젱 속에서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열린 마음으로 공유하면서 세미나에서 발표된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