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는 한때 우리 국민 DNA속에서 꿈틀대던 ‘헝그리 정신’의 대명사다. 처자식도 없이 하루 3시간만 자며 국정에 몰두했다. 또한 총리 취임 1년간 이번 방한을 포함해 총 19회에 걸쳐 18개국을 누볐다. 1년 재임기간 중 해외에 머문 기간만도 두 달이 넘었다.
인도호(號)를 이끄는 모디 총리의 경제교과서는 한국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국 전화로 통화하고, 한국 차(車)를 타며, 한국 컴퓨터로 일하고, 한국 TV를 본다”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그는 또 인도가 제조업 육성 없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그 해법으로 한국에 눈을 돌렸다. 모디 총리는 제조업 혁신방안으로 내놓은 ‘메이크 인 인디아’를 통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세계 제조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이른바 ‘인도몽’(印度夢)의 야심을 달성하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가 방한 기간 동안 빠듯한 시간을 쪼개 유일하게 방문한 산업현장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인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 내 조선소 설립과 기술이전 등 협력방안은 표면적 이유다. 그는 기술이나 자본도 없던 1970년대 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헝그리 정신으로 현대중공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낸 점에 매료됐다. 정 회장이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영국 금융기관 바클레이스에 보여주고 투자를 받아낸 기업가정신과 이를 적극 지원한 고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살아 숨쉬는 현장을 만끽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인도의 제조업 야망은 또한 우리 제조업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절호의 기회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제조업체들이 광활한 인도시장으로 발길을 옮겨 인도 제조업과 국내 제조업체 공동발전이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또한 강성노조와 반(反)기업정서로 휘둘리는 초라한 민낯도 우리 제조업의 슬픈 자화상이다. 미국과 일본이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오는 ‘리쇼어링’을 통해 제조업 강국을 꿈꾸고 있지만 우리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옥상옥’ 규제, 사라진 기업가정신으로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쩌면 수년 후에는 모디 총리가 제조업 혁신사례를 배우러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일본으로 비행기를 돌릴지도 모른다. 국내 제조업 혁신을 일궈낼 수 있는 ‘한국몽’(韓國夢)을 키워야 할 때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