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은 ‘꿈’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출국한 뒤 다시 비자를 재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오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청 규정은 외국인들을 좌절케 한다. 현재 외국인에게 발급해주는 영주권의 종류는 20여개에 달한다.
영주권 취득은 종종 국적 취득과 비교된다. 일반적으로 국적 취득이 영주권 취득보다 조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하는 것이 영주권 취득보다 쉽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4년 10개월밖에 체류할 수 없는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다수 외국인 근로자들은 가지고 있는 비자의 특성상 ‘5년 이상 거주’라는 조건을 채우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영주권 전치주의’다. 이는 외국인이 일정한 자격을 갖춰 영주권을 먼저 취득하고, 그 이후 국적을 취득하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국적 취득 전 중간 단계로 취득한 뒤 일정 기간과 요건을 갖출 경우에만 귀화신청을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결혼 이민자의 국적 취득 기간이 현행보다 1년 늘어나게 돼 가뜩이나 지위가 불안한 결혼이주여성의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처럼 영주권과 국적으로 나뉘어 각각 발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보니, 국적 발급에 몰려있는 심사절차를 좀 더 효율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데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영주권 전치주의에서의 영주권 심사는 국적을 취득하기 전 1차로 검증을 받는다는 의미”라며 “심사를 통해 우선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면 국적 취득에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을 심사할 수 있게 돼 제도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