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성실한 자영업자도 폐업할 수 밖에 없는 규제의 사각지대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서울 중랑갑)
  • 등록 2014-04-17 오전 6:30:00

    수정 2014-04-17 오전 6:30:00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서울 중랑갑)] 얼마 전 국회 사무실로 한 음식점 사장님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전화 건너편에서 자신은 주류를 주로 판매하지 않고 한식백반과 고기를 주로 파는 음식점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는 몇 달 전 대학생들로 보이는 성인 여러 명이 식당에 들어와 저녁을 시켜먹고 소주 몇 병을 시켰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식사 후 계산할 때 그 중 한 명이 미성년자라고 주장하면서 밥값을 내지 못하겠다고 해서 경찰을 불렀으나 무전취식한 손님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본인만 과태료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법이 이럴 수 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성실히 일해 온 죄밖에 없다면서 영업정지 2개월이면 가게 문을 완전히 닫을 수밖에 없고, 갑자기 다른 장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영업자 동향자료에 따르면, 2011년 신규 자영업자 중 2013년 내 폐업률이 85%에 달했다. 그 중 음식점업 폐업률이 95%로 1위를 차지할 정도 경기가 어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새벽잠을 아껴가며 이른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음식점 사장들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주류나 담배 등을 판매할 경우 그 판매자에게만 위반행위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런데 이점을 악용해 신분증 위조·변조 등의 방법으로 나이를 속이고 주류나 담배 등을 구매하거나 강압적으로 업소에 출입한 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무전취식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에도 현행법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미성년자에게 판매한 것이 되어 미성년자는 처벌받지 않고 업주만 처벌을 받는 게 현실이다.

혹자는 이러한 사정은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밝혀지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도 귀띔해 준다. 그러나 억울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서로 구청으로 법원으로 몇 달을 뛰어다녀야 겨우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고, 그나마도 억울함이 해소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음식업주 또한 손님과 업주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 불량손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약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미성년자는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미성년자년인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식품접객영업자들은 규제와 단속, 처벌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작심하고 속이려고 하면 알아채기가 어렵고 현행 법률처럼 전후 사정을 살펴보지 않고 영업자만 처벌하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금은 양심적인 선량한 영세 상인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식품접객영업자와 담배사업자들에게 미성년자가 신분증 위조·변조 등의 적극적인 방법이나 강박(强迫)으로 주류나 담배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이를 고려하여 행정처분 또는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고,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두 법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는 청소년 보호와 더불어 영세자영업자 보호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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