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자본 대공습] 암흑기 5년 틈타 국내 개발시장 '점령'

2년새 여의도 면적 토지 구입.. 대형 리조트 개발도 적극적
토종 개발회사는 폐업 속출..5년간 연평균 25곳 문닫아
  • 등록 2014-04-08 오전 7:00:00

    수정 2014-04-08 오전 8:36:36

[제주=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 6일 제주시내 번화가인 노형동 오거리 옆 2만3301㎡(7048평) 부지에 40여m 높이의 대형 타워크레인이 홀로 서 있었다. 토지주인 동화투자개발이 이곳에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은 1993년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20년 넘게 터 파기 공사만 마친 채 땅을 방치해야 했다.

반전의 계기는 중국에서 찾았다. 동화투자개발은 지난해 11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뤼디(綠地)그룹에 사업부지를 1920억원에 매각하고, 뤼디가 10억달러(1조553억원)을 투자해 53층짜리 콘도미니엄과 46층 높이의 호텔을 지으면 호텔을 되사오기로 했다. 뤼디그룹은 제주공항과 3㎞ 남짓 떨어진 이곳에서 콘도미니엄을 중국인에게 분양하고, 이들을 위한 제주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2만2069㎡)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 개발 자본의 한국 부동산시장 진출 바람이 거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고사 위기에 놓인 토종 건설사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회사)들을 제치고 중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자국의 경제 호황과 부호들의 이민·여가 수요 증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자 규제 등을 계기로 이웃 한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암흑기를 맞은 국내 건설·디벨로퍼의 자리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 오거리에 방치된 사업장이 중국 자본의 참여로 사업을 재개하면서 대형 타워크레인이 재가동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2013년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등 법인과 개인이 새로 취득한 국내 토지는 총 6489개 필지, 300만㎡에 이른다. 2년 사이 여의도(290만㎡)만한 땅을 통째로 사들인 것이다. 땅값만 5129억원(2012년 공시지가 기준)에 달한다.

지난달 인천 영종도에 외국 자본 최초로 카지노 운영을 허가받은 리포앤시저스(LOCZ코리아)는 중국·미국계 합작사다. 리포그룹은 아시아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50년 역사를 가진 홍콩 상장기업으로, 홍콩·마카오 등에서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향후 부산과 제주도에 각각 들어서는 101층, 53층 높이의 최고층 빌딩도 모두 중국 업체가 짓는다.

중국 기업들은 제주도내 대형 개발사업의 상당수를 독식한 것은 물론, 인천과 부산 등지의 리조트·휴양시설 개발에도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중국 자본이 이처럼 약진하는 동안 국내 개발 업체들은 폐업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는 총 3333개사로, 2007년 이래 5년간 연평균 25개 업체씩 문을 닫았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행과 시공 영역이 분리되면서 등장한 디벨로퍼들이 부동산 호황이 끝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은 아파트를 팔면서 고분양가를 통해 수익을 내는데만 매달리는 등 개발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좁았다”며 “중국 기업들은 보다 넓은 사업 구상 능력을 갖추고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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