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규모와 예산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응당 함께 해야 할 부산시민과 국내 영화인들은 외면한 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국가 행사인 영화제가 사당화(私黨化)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부산시민들의 전통적인 삶의 터전인 남포동 일대보다는 새로 조성된 센텀시티에서 집중되고 있어 부산시민들에겐 ‘남의 집’잔치로 변질됐고 영화제 본연의 모습보단 여배우의 지나친 노출등 연예인구경 이벤트로 전락했다.
부산대 소속 영화연구소가 ‘전환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재성찰’이란 주제로 마련한 세미나에서 부산 학계및 영화관계자들은 부산영화제가 타이완영화감독 차이밍량등 일부 특정 영화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유명 영화감독및 배우등에게 베풀었던 융성한 대접이 크게 축소된다고 했을 때도 해외 인사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을지는 의문이라며 국내 영화인과의 소통, 부산시민과의 유대감 강화를 주문했다.
부산영화제는 엄청난 문화권력이 됐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원년 멤버들이 초창기부터 영화제를 20년가까이 끌고오면서 은연중에 부산시민과 국내 영화 관계자 위에 군림했다고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등 영화·영상 분야 3개 공공기관이 잇따라 부산에 새 둥지를 틀면서 더 가속화되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김동호 전위원장이 끌고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포스트 김동호시대를 맞고 있는 부산 영화제는 대부분 진보성향의 특정 인맥들의 폐쇄적인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세계 어느 영화제도 특정 인맥들이 독점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칸영화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세계영화제의 집행 위원장도 일정기간 소임을 다 하면 물러난다. 부산영화제와 같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광주 비엔날레 위원장도 임기가 있다.
부산영화제가 상업화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12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 국내 최대 영화제가 유독 국내 영화 관계자에게 아이디카드 하나 발급하는 데 인색한데다 학술대회에 비싼 참가비까지 받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부산을 비롯한 국내 영화관계자들과의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처럼 자신들이 영화제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자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