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예정보다 늦어질 조짐이다. 현재 각 상임위별로 진행중인 예비심사 속도를 감안하면 당초 여야 사이에 내달 초로 합의됐던 본회의 통과 일정이 물리적으로 거의 어렵게 된 것이다. 자칫 내달 중순 이후로 처리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하니 추경안이 의도하는 민생경제 활성화의 정책 실기(失期)가 우려된다.
정부가 내놓은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해 서로 견해가 엇갈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불성실한 늑장처리 행태 탓이다. 예결특위 전체회의가 열려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의원은 불과 몇명에 지나지 않는 썰렁한 모습이 단적인 사례다. 정책질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도 가뜩이나 바쁜 국무총리와 장차관들만 붙잡아 놓는 관행은 또 다른 폐해일 뿐이다.
추경안을 논의하는 상임위의 느려 터진 분위기 자체가 문제다. 현재 국방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등 일부에서만 예비심사가 마무리됐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의원들의 민원성 지역구 예산이 추경안에 슬며시 끼어들어 가는 구태까지 반복되고 있으니 얼굴이 뜨겁다. 오죽하면 소속 의원들의 이의 제기로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체회의 처리가 유보되는 사태에 이르렀을까 싶다. 지난 연말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탄을 받았던 쪽지예산의 그릇된 관행이 다시금 도진 것이다. 국채까지 발행하면서 황급히 이뤄지는 추경안에 의원들이 생색을 내려 했다는 자체가 가당치 않다.
여기에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자체도 졸속 편성의 문제가 없지 않은 모양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사업계획이 미비하거나 시급성 부족, 유사·중복사업으로 지적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어느 정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보면 추경안 처리는 이래저래 미뤄질 전망이다.
이렇듯 추경안 처리가 늦춰진다면 정책적 효과가 줄어드는 건 불보듯 하다. 자금투입 기회를 놓치게 되면 같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형식적인 심사는 경계해야 되겠지만 성의도 없이 시간만 끌어 발목만 잡으려는 구태는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편성되는 이번 추경예산은 국회도 함께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