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복지 사각지대의 ‘슬픈 자화상’

2030세대 주거문제 취약…치솟는 전셋값에 월셋집 전전
독거노인, 사회적 고립감 최고…OECD 자살률 1위 오명
  • 등록 2013-03-13 오전 7:00:15

    수정 2013-03-13 오전 7:00:15

[이데일리 김동욱 경계영 기자] 서울에서 중견기업에 다니는 3년차 직원 김재훈(31·가명)씨는 매월 210만원을 받고 있지만 60만원씩 저축하기도 빠듯하다. 월세와 관리비를 포함해 60만원을 내고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를 쓰다보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매달 내는 월세가 아까워 전세로 갈아탈 마음을 먹었지만 치솟는 전셋값에 계획을 아예 접었다. 김씨는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는데 모아둔 돈도 얼마 되지 않아 전셋집은커녕 평생 월셋집만 전전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부산에 직장을 둔 이민철(45·가명)씨는 최근 사흘 동안 서울에 홀로 사는 70대 노모(老母)와 연락이 닿지 않아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씨가 요청한 독거노인센터 직원이 도착했을 때 노모는 이미 고열로 탈진상태에 빠져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조금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1인가구는 지난해 전체 가구의 25.4%(453만가구)를 차지했다. 1980년 1인 가구 비율이 5%였던 것과 비교하면 30년 만에 5배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20∼30대는 치솟는 집값과 고용불안으로 고통받고 있고, 60대 이상 독거노인은 사회적 고립감과 극심한 빈곤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복지 수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가 커진 탓이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빈곤율(중위 가구 소득의 50% 이하 비율)은 50.1%로 4인 이상 가구(8.4%)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6.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0.7%)의 2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망은 취약하다. 20∼30대는 모든 복지 정책이 결혼과 출산 이후에 맞춰져 있다.가령 25∼34세 1인 가구 중 월세에 사는 비중은 49.3%에 이르지만, 정부가 저리에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을 이용하지 못한다. 부부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단독가구주는 만 35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약저축과 소득공제에서도 불리한 요건에 놓인다.

노인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정부의 노인돌봄서비스 등 제도적 지원책이 있지만, 일부 취약계층에만 적용되면서 OECD 국가 중 최고인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 79.7명)을 벗어나기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1인 가구 사회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사회변화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지금의 다인가구 위주의 정책으로는 1인 가구의 빈곤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주거, 안전,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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