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美 주택시장..15년래 가장 부진

세제지원 종료 여파 이어져..주택압류 물량으로 집값 하락 지속
집값 하락에 매수꺼려..고용시장 불안도 주택거래 부진 이유
  • 등록 2010-08-25 오전 5:47:51

    수정 2010-08-25 오전 7:50:23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7월 기존주택판매가 기록적으로 감소한 것은, 미국이 여전히 경제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빌 버튼 미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지난 7월 미국의 기존주택판매가 전월 비 27.4% 급감하며 연율 383만 채에 그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7월 기존주택판매는 1995년 5월 이후 최근 15년래 가장 적었다.

현재 미국의 월간 주택판매 지표는 새로 지은 신규주택과 기존에 사용하던 기존주택의 판매로 구분해 발표되고 있고, 이중 기존주택은 전체 주택거래의 90% 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7월 미국의 기존주택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예상보다 더욱 나빴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로는 7월 기존주택판매가 전월 연율 537만채에서 연율 470만채로 12%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 매수자 "더 떨어진다" vs 매도자 "바닥쳤다"..동상이몽에 거래부진

미국의 주택거래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주택가격에 대한 매도자와 매수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수자는 집값이 더 내려가리라 보고 계약을 늦추고 있는 반면, 매도자는 집값이 거의 바닥을 쳤다는 인식으로 가격을 낮춰 팔기를 꺼리고 있다.

애론 자파타 캘리포니아 브레아 지역 부동산 중개인은 "만약 모든 매수자들이 주택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매수 주문이 사라지고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성예언`처럼, 다들 집값이 더 하락하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보니, 실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택거래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해, 올 봄 미국의 주택거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말 세제지원이 종료되면서, 주택거래가 다시 부진해졌다.

존 번스 부동산 컨설팅의 조디 칸 중개인은 장기적으로 신규주택 수요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빈집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새로운 집을 지을 필요가 없다"며 "주식시장에 상장된 건설업체를 떠받칠 정도의 수요도 지금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미 주택시장 개선되려면 고용시장 회복이 선결과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둔화둔 가운데  미국의 실업률이 9.5%에 달할 정도로 고용시장이 크게 부진하다는 점도 미국 주택시장 부진의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더욱이 고용시장 악화는 가계의 살림살이를 압박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주택이 압류되는 사태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주택 압류는 주택시장 붕괴 이전과 비교하면 10배나 늘어났지만,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이에 따라 주택압류와 숏세일(short sales) 물량이 계속 나타나면서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은 멈춰 서지 않고 있다. 이중 숏세일은 주택 압류까지는 가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과 합의를 통해 원금을 일부 탕감받고 집을 싸게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미국의 주택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지만, 최근 모기지 금리는 이용자가 적다 보니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심사가 강화돼 모기지 이용이 줄어든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택거래 자체가 부진해 모기지 수요가 매우 감소한 상황이다.

스코트 브라운 레이먼드제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부문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고용 시장이 완전히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카츠 와이저 캐피탈 매니지먼트 대표도 "고용 창출 없다면, 매수자들이 새집을 사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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