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SBC의 잇단 몸집 줄이기..왜?

은행측 "사업 축소없다" 해명 불구 곳곳서 이상징후
  • 등록 2009-03-20 오전 7:28:45

    수정 2009-03-20 오후 6:19:22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한국HSBC은행의 몸집줄이기 행보가 심상찮다.
 
중소기업 심사부 인력을 재배치하고 1997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임원들의 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임원은 20일 "중소기업금융부는 이미 해체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HSBC은행 노조 관계자도 "본사의 어려움이 한국지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금융과 일부 기업금융 부문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소비자·기업금융 매년 적자 vs 트레이딩 수천억원 흑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전세계 대부분 은행들이 마찬가지다. 한국HSBC은행의 경우 소비자금융(personal financial service)과 중소기업금융(commercial) 부문이 고민거리다. 매년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HSBC은행이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두는 것은 대기업금융과 자금관리(global banking & markets) 부문 덕이다.
 
지난 2일 발표된 HSBC그룹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국제회계기준) 한국HSBC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3900억원으로 전년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소비자금융과 중소기업금융 부문에서 약 365억원의 손실이 났지만 대기업금융과 자금관리 부문에서 3830억원의 순익을 올린 결과였다.
 
특히 파생상품 트레이딩에서 대박을 냈다. 한국회계기준으로 작성된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3분기까지의 한국HSBC은행의 파생상품 관련 이익은 11조5636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 12조6135억원의 약 90%를 차지한다. 전년보다 8배 가량 늘었다.
 
◇ 수신규모 감소세..다이렉트예금 신청자 `절반`

잘 나가는 대기업금융과 자금관리 부문과는 대조적으로 소비자금융과 중소기업금융 부분의 원천인 수신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총 수신규모는 약 5조5000억원으로 HSBC다이렉트 예금의 판매 호조로 정점에 달했던 2007년 3분기보다 7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무엇보다 HSBC다이렉트 예금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 HSBC다이렉트 예금 판매 담당자는 "지난 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1인당 하루 7~8건이던 신청자수가 4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HSBC은행이 소비자금융과 중소기업금융 등 적자사업부를 대폭 축소하고, 자금관리와 트레이딩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HSBC은행측은 "우량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및 대기업, 다국적 기업에 초점을 맞춘 기업 금융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하면서 한국에서의 사업을 성장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사업 축소 계획을 부인했다.
 
또 "올들어 다이렉트 예금이 다소 줄었으나 프리미어 고객(1억원 이상 예치 고객)이 약간 늘어 전체 수신규모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은행 노조측은 "최근 진행되는 희망명예퇴직은 직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며 은행측과 다소 상반된 분위기를 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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