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발언` 뉴욕 급등..다우 3.3%↑

버냉키, 은행 조기 국유화 가능성 일축
20개 대도시 집값 `사상 최대 하락`
2월 소비심리 `사상 최악`
  • 등록 2009-02-25 오전 6:59:06

    수정 2009-02-25 오전 7:57:15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24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반등했다. 주요 지수는 일제히 4%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날 1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데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갈수록 상승폭을 확대, 일일 최고점 수준에서 마쳤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발언이 상승 촉매로 작용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엄청난 추가 손실이 실현되지 않는 한 은행 국유화에 나서지 않겠다"며 은행의 조기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그간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국유화 공포가 다소 진정됐다.

경제지표는 `사상 최악`의 행진이었지만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미국의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은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고, 소비심리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위축됐다.

기업 실적은 엇갈렸다. 홈디포와 메이시의 분기 실적은 월가 전망을 웃돈 반면 타겟의 실적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7350.94로 전일대비 236.16포인트(3.32%)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41.83으로 54.11포인트(3.90%) 올랐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773.14로 29.81포인트(4.01%) 전진했다.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1.52달러(4%) 급등한 39.96달러로 마감했다.

◇버냉키, 조기 국유화 일축.."금융 안정돼야 후퇴 올해 끝나"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통화 정책 및 경제 상황에 대한 반기 보고를 통해 "엄청난 추가 손실이 실현되지 않는 한 은행 국유화에 나서지 않겠다"며 은행의 조기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버냉키 의장은 "19개 대형은행에 대해 경기후퇴(recession)가 예상보다 깊어질 경우 추가 자본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우선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청난 손실이 실현되지 않는 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불필요한 시기에 은행들의 국유화를 공식화 함으로써 프렌차이즈 가치를 훼손하고,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재차 역설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심각한 위축 국면에 놓여 있다"며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노력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경기후퇴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정부와 의회, 연준이 취한 조치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해야만 올해 경기후퇴가 끝나고 내년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것이 타당한 전망"이라며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는데 2~3년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제 전망이 상당히 불확실하다"며 "경기하강 위험이 상승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의 동반 침체로 미국의 수출과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요구된다"면서 "경기후퇴를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씨티·BOA `급등`-AIG `급락`
 
버냉키 의장이 조기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씨티그룹(C)과 뱅크오브아메리카(BAC)가 각각 21.5%, 21% 뛰어올랐다.

JP모간체이스(JPM)도 7.7% 상승했다. JP모간은 전날 분기 배당금을 주당 0.05달러로 87%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22.6% 급락했다.

유통주는 실적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미국 1위 주택건설자재업체 홈디포(HD)와 세계 최대 백화점 메이시(M)가 전망을 웃돈 실적에 힘입어 각각 10.5%, 12% 올랐다. 그러나 타겟(TGT)은 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1% 급감, 월가 전망에 미치치 못하면서 2.1% 내렸다.

◇20개 대도시 집값 `사상 최대 하락`

지난해 12월 미국의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은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깊어가는 금융위기와 경기후퇴 여파로 차압이 늘고 판매가 급감하면서 주택시장의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 지표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20대 대도시의 12월 주택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8.5%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01년 이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 하락폭. 11월 18.2%와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 18.3%보다 소폭 큰 낙폭이다.

20개 도시 전역의 주택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피닉스와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격이 전년동월대비 각각 34%, 33%, 31% 폭락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지난 2003년~2006년 52% 가량 오른 뒤 2007년 1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월 소비심리 `사상 최악`

2월 소비심리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의 37.4(수정치)에서 25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수가 산정되기 시작한 지난 1967년 이후 최저치. 마켓워치와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35도 큰 폭으로 하회한 수준이다.

실업률이 치솟고, 주택가격의 추락이 거듭되면서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심리가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새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부문별로 6개월 이후의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 지수가 전월의 42.5에서 27.5로 하락했다. 이는 사상 최저치다. 현행지수는 29.7에서 21.2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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