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당한 부시의 거부권… "레임덕 신호탄"

부시 반대한 ‘수도관리法’ 美하원 큰 표차로 통과
공화 192명중 138명이 반란표
  • 등록 2007-11-08 오전 7:25:51

    수정 2007-11-08 오전 7:25:51

[조선일보 제공] 미국 공화당에서 부시(Bush) 대통령에게 맞서는 대규모 ‘반란 사태’가 발생했다.

미 하원은 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230억달러 상당의 예산이 투입되는 ‘수도 관리 법안’을 재표결에 부쳐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표결 결과는 361대54. 공화당의 반란표 덕분이었다. 공화당 의원 192명 가운데 무려 138명이 반란에 동참했다. 부시 대통령 곁을 지킨 공화당 의원은 불과 54명.

미 언론들은 이 법안이 조만간 상원에서도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한다. 상원은 지난 8월 이 법안을 81대12로 통과시킨 바 있어, 거부권 무효화에 필요한 재적 의원 3분의 2를 가볍게 넘겼었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될 경우 미 의회가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는 첫 사례가 된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재임 중 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CNN 등 미 언론들은 임기를 15개월이나 남겨둔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약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CNN은 “내년 총선을 앞둔 공화당 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을 무턱대고 두둔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공화당 원내총무인 트렌트 로트(Lott) 상원의원조차 “나도 거부권 무효화 법안에 찬성한다”며 부시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플로리다 출신의 공화당 존 마이카(Mica) 의원은 “플로리다와 미국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공화당 내 반란을 주도했고, 알래스카 출신의 공화당 돈 영(Young) 의원은 “미국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자.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하자”고 촉구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측 요구에 동참, 부시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든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직후 공화당 의원들은 이라크 전쟁의 주역인 도널드 럼즈펠드(Rumsfeld) 국방장관의 사임을 요구, 결국 관철시켰다.

또 상원 법사위 공화당측 간사인 알렌 스펙터(Spector) 의원은 올여름 미 연방 검사 무더기 해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앨버토 곤잘러스(Gonzales) 법무장관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도 역시 레임덕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USA투데이의 여론조사 결과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리처드 닉슨(Nixon)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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