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오바마 진흙탕 속으로..`집안싸움` 가열

클린턴 지지한 게펜 ‘변심’에 두 진영서 양보 없는 비난전

  • 등록 2007-02-23 오전 7:09:06

    수정 2007-02-23 오전 7:09:06

[조선일보 제공] 2008년 미국 대선 민주당 주자인 바락 오바마(Obama) 상원의원의 지지도가 힐러리 클린턴(Clinton) 의원을 바짝 뒤쫓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측 간 상호 비난전이 격화되고 있다.

◆오바마, 4%포인트 차 힐러리 추격

라스무센 리포트가 지난 12~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의원은 민주당 예비선거 투표의향자 중 24%의 지지를 받았다. 힐러리(28%)를 최근접 거리로 따라온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달 대선 출마 공식 선언 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반면, 힐러리는 2003년 이라크전 개전 결의안을 찬성 투표한 전력이 계속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 80%는 차기 대통령으로 여성과 흑인에게 투표할 뜻이 있다고 대답, 성(性)과 인종에 대한 편견은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게펜 발언’ 논란

양측은 21일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된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감독 데이비드 게펜(Geffen)의 발언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게펜은 NYT 여성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Dowd)의 이 날짜 칼럼 속 인터뷰에서 힐러리를 “너무나 쉽게 거짓말을 한다.” “야망에 가득 찬 분열주의자” 등으로 혹평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안 될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게펜은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 때 1800만 달러를 모금해 주고 백악관 링컨룸에서 하루 숙박을 한 클린턴 가(家)의 지지자였다. 그는 이번엔 오바마 지지로 입장을 바꿔, 전날 할리우드에서 열린 오바마 모금집회에서 하룻밤에 130만 달러를 모으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게펜은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다시 부인과 트러블(문제거리)을 만들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힐러리측 공보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내고 오바마측에 사과를 요구하며 게펜과의 단절을 요구했다. 그러자 오바마측도 참지 않고 “왜 남(게펜)이 한 발언을 내가 사과해야 하느냐.” “클린턴을 그토록 지지했던 게펜이 이렇게 바뀐 데 대해 (힐러리측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이상한 것 아니냐”고 역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양측 간에 쌓여온 반목이 마침내 공개적으로 노출됐다”고 평했다.

◆네거티브 선거전 격화

21일 네바다주에서 열린 전미공무원연합회 주최 포럼에서 히스패닉 출신 주자인 빌 리처드슨(Richardson) 뉴멕시코 주지사는 “모두 네거티브 선거전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다른 대선 주자인 크리스토퍼 도드(Dodd)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Edwards) 전 상원의원은 힐러리가 이라크전 개전결의안에 찬성한 것을 사과하라고 공개요구 하는 등 상호비난전이 계속됐다. 힐러리도 “나는 ‘포지티브(positive) 선거전’을 계속할 것이고 인격파괴적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으나 미 언론들은 쫓기는 힐러리측이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 상원의원인 로버트 포드(Ford)가 최근 “(백인 어머니를 둔) 오바마는 진짜 흑인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흑인이라서’ 민주당 전체를 끌어내릴 것” 이라고 공격하고 나선 배후에도 힐러리측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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