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주재원들이 한국에 돌아갈 때쯤 가장 큰 걱정거리가 아이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한국 아이들 틈에서 적응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아이들을 한국에서 일본으로 데려올 때보다 오히려 걱정이 더 크다. 기자가 도쿄에서 공부하던 8년 전만 해도 차별, 언어, 이지메(왕따)를 얘기하면서 “일본 학교 괜찮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돈이 들더라도 신주쿠에 있는 국제학교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을 신주쿠 국제학교를 보내는 것은 왕따 걱정 때문이 아니라 공부 안 시키기로 유명한 일본 학교에 아이들을 맡겼다가 지진아로 만들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왕따 걱정 역시 요즘엔 한국으로 돌아가는 부모들이 더 많이 한다.
비슷한 걱정이 집 문제다. 도쿄에 있는 기간 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집 테크’ 열풍에 동참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일본으로 올 때 집을 팔고 온 사람들은 “거지가 돼 고향에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강남, 비(非) 강남이 여기서도 짝이 갈려 있다. 수완 좋은 주재원 중에는 도쿄 체류 기간 동안 아내가 한국을 들락거리면서 ‘강남 입성(入城)’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선진국 도시인 도쿄에선 다들 비슷한 동네에서, 비슷한 체재비를 받으면서, 비슷한 것을 먹고 살던 사람들이 오히려 서울로 돌아가는 순간 빈부격차가 확 나버리는 것이다.
좋게도 생각할 수 있다. ‘한국 아이들이 더 공부를 많이 하니 앞으로 20년쯤 지나면 우리가 일본을 누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다. 일본이 선진국에 진입한 것은 1960년대 일본 학부모들의 교육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도대체 사는 게 뭐고 행복이란 뭔가를 생각하면 그냥 씁쓸하다. 인간의 본질적 측면에서 우린 일본 국민에 비해 확실히 피곤하게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