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가출 급증도 한 요인
컴퓨터 수리업을 하는 양창호(40·서울 독산동)씨는 초등 2년생 딸과 둘이 살고 있다. 경기 불황에 빚이 늘어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차압까지 들어왔다. 부인은 2001년 일언반구 없이 집을 나갔다. 아이를 월~토요일 24시간 맡아주는 어린이집에 보내며 돈을 벌었지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모든 게 변했다. 낮 1시면 집에 오는 딸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일 구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방학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는 심정을 알겠더라. 내 소원이 저녁에 혼자 밖에 나가 걸어보는 거다.”
보험 영업사원인 이강희(37·서울 합정동)씨에겐 여섯 살 아들이 있다. 2004년 싱글 대디가 됐는데 아이는 할머니(63)가 키운다. 아들이 또래들과 다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어린이집에서 월요일이면 지난 주말에 부모와 같이 했던 일을 얘기한다. 다들 엄마랑 있었던 일을 얘기하니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지어낸다더라. 엄마 자랑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친구들을 미워한다.”
싱글 대디 25만 가구 시대다. ‘홀 아빠’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내들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청 신고 기준에 따르면 2004년 주부 가출자가 1만271명, 매일 평균 28명이 가정을 버렸다. 최근 여자들의 재혼은 빨라진 반면, 남자들은 재혼 배우자감 부족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싱글 대디로 남는 기간이 늘고 있다.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는 행복 경작법
전국적으로 모자(母子)보호시설은 40곳이 있으나 부자(父子)보호시설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보육시설에 맡기기도 어렵다. 돈 안 내고 도망갈 수 있다며 잘 받아주질 않는다. 전세나 월세 구할 때도 막연히 미덥지 않다는 생각에 집을 잘 안 내준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그러나 최근 싱글 대디들을 위한 조직과 단체도 활발해지고 있다. 11세, 8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은수(가명·39·서울 봉천동)씨는 한국한부모 가정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월 정기모임에 2004년부터 다니고 있다. 둘째가 정신지체 2급으로 다른 싱글 대디보다 더욱 사정이 어려운 김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도움받았다. 다른 아빠들이 아이 때문에 어떤 고민을 하고, 또 어떻게 그걸 극복했는지 들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난다”고 말한다.
한 부모 가정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2002년 모자보호법을 모부자 보호법으로 개정, 싱글 대디·싱글 맘 가정에 저소득층과 동일한 지원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싱글 대디들은 “가정을 지키려는 아빠의 의지와 눈물겨운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합의 이혼 뒤 초등 4년 아이를 2년째 혼자 키우고 있는 김병석(43)씨는 “아빠와 아이, 단 둘이 사는 게 무슨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얼마든지 행복을 일궈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둘이 알아가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