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이라크의 각 정파(政派)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외국군의 철수 일정을 요구하며, 국민의 저항권(right to resist)을 인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부시 행정부가 미군 철수 압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고, 그동안 반미(反美) 무장 테러를 자칫 정당화할 수도 있는 `저항권`의 인정을 놓고 정파 간 의견이 맞섰음을 고려할 때, 귀추가 주목된다.
◆철군 시간표 요구=이슬람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 등 이라크 각계 정치 지도자 100여 명은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국민화합 콘퍼런스에서 “이라크군 재건을 위한 국가계획을 세워 구체적 일정에 따른 외국군 철수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참석자들은 또 “테러 행위는 저항권이 아니며, 폭력·살인·납치 행위 등을 비난한다”는 전제 아래, “저항은 모든 국민의 합법적 권리”라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수니파 지도자로 참가한 메즈헤르 알 둘라이미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화합 콘퍼런스가 무산 위기에서, 저항권에 관한 타협적 표현에 합의해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는 다음달 15일 총선을 거쳐 내년 2월 이라크에서 개최될 대규모 국민화합 콘퍼런스의 준비모임 성격을 가진 것이다. 21일의 카이로 합의는 이라크 과도정부·의회의 다수를 점하는 시아파가 소수인 수니파 포용에 적극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이란·이라크 “영혼은 하나”=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벌였던 이라크와 이란의 관계가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탈라바니 대통령은 21일 이라크 정상으로는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테헤란을 방문, 마흐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약속을 받았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이 자리에서 “양국이 몸은 둘이지만 하나의 영혼을 갖고 있다”며 “이라크는 이란의 가장 좋은 우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탈라바니는 이란을 이슬람 형제국이라고 호칭하며 화답하고,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