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낙관론`에도 대비하면서

  • 등록 2003-06-09 오전 8:30:00

    수정 2003-06-09 오전 8:30:00

[edaily 안근모기자] 6월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나흘 앞두고 박승 총재가 다시 낙관론을 설파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중앙은행 총재가 앞장서서 비관론을 확산시켜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잇따른데 대한 반응이자, 추가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경고`인 듯하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회복` 기대감을 수용한 측면도 있겠다. 그렇다고 중앙은행 총재의 경기관이 열흘도 안돼 오락가락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 것이 우리의 경제환경이자 정책환경이고 또 투자환경이라면 일단은 받아 들일 수 밖에. 총재의 비관론에 힘입어 3년만기 지표금리를 콜금리에 7bp 차이로 근접시켰던 시장은 일단 이번주 잇따를 총재의 낙관론에도 대비해야 할 듯하다. 박 총재는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는데 이어, 13일 오전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올해 4%이상 성장 가능하다" 박승 총재는 7일(현지시각)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8회 동아시아·대양주 중앙은행(EMEAP) 총재회의에 참석, "4조원의 추경이 집행되면 올해 4%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4%의 성장률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은 박 총재의 이런 발언은 이번주 목요일 개최될 금통위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박 총재의 이런 경기전망은 지난달 금통위 직후의 발언, 즉 "4조원의 추경과 더불어 콜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경우 4% 경제성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 전망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낙관론을 새삼스럽게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박 총재는 지난달 13일의 `4% 성장 가능` 발언 이후에는 단 한 번도 4%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밝히지 않았다. 그의 경기전망은 오히려 좀 더 비관적으로 변해갔다. 경기회복의 시기 및 강도에 대한 그의 어두운 대답은 특히 부각됐었다.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총재는 "2분기 들어와서 4,5월을 보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좀 더 나빠지는 경향이라 걱정된다"면서 "2분기가 바닥이라고 보고 있으나, 3분기에 회복될 것인지, 아니면 언제 회복될 지 확실치가 않다"고 말했다. (5월15일 16:00 "(BOK워치)한 발짝 더 나간 경기비관" 참조) 그러던 박 총재가 6일(현지시각) 방콕에서 어느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회복 속도가 불확실하긴 하지만, 하반기는 지금보다 낫고,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치어리더`로 돌아온 박 총재 여론은 대체로 중앙은행 총재의 비관적 경제전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최근 박 총재의 잇단 발언이후 확인됐다. 가끔씩 새삼스럽게 `치어리더`를 자임하는 박 총재의 변신도 그래서 새삼스럽지 않다.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한 달전이자 금리인하의 효과와 필요성을 놓고 금통위원들과 격론을 벌인 직후인 지난 4월10일, 박 총재는 불과 몇 분전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적 시나리오`로 치부하면서 "지금 경기는 바닥이며, 하반기부터는 활발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4월10일 15:05 "(BOK워치)`치어리더` 자임한 총재" 참조) 박 총재가 늘 강조해 온 `가중되는 설비투자조정 압력` 및 재계의 투자증액 발표 등은 금리인하와 추경에 따른 물리적 효과와 더불어 `경기개선 전망`을 다시 설파하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 잦아드는 북핵·사스 충격과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 한미 양국의 견조한 증시 움직임도 오는 목요일 설파될 낙관론의 재료가 될 전망이다. ◇`낙관론`의 표리(表裏)를 살피면서... 지난달 30일 `현재 금리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던 박 총재가 6일에는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부족할 경우에는 추가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7일에는 "물가 목표 3% 수준을 지킬 수 있으며, (10억 달러 적자로 예상했던)경상수지는 소폭 흑자가 예상된다"면서 `안정`에는 더욱 강한 자신감을 밝혔다. 박 총재가 `금리도 세계 평준화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듯이 ECB가 유로강세에 대응해 50bp의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FRB는 보험료 지불 명목으로 이달말 유럽과의 금리차를 다시 확대, 리플레이션(reflation) 경쟁의 가속페달을 밟을 태세다. `중앙은행이 원한다면 쉬어갈 수 있다`면서도 시장이 금리 추가인하 기대감을 놓지 않는 것은 박 총재가 `저물가를 불황극복에 활용하자`면서 말했듯이 `금리는 우리나라만 독자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을 박 총재가 본 것이 아닐까? 4%이상의 성장을 `다시` 믿게 된 이유를 박 총재는 오는 12일 설명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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