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전략의 해외 투자, 채권형 상품, 연금형 ETF를 기반으로 세분화된 맞춤형 자산배분 솔루션이 발전할 전망이다. 단기 투자 우려 속 초고령화 사회에 든든한 장기 투자 버팀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데일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ETF 순자산총액 순) 등 8곳의 자산운용사 ETF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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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싸고 편하고’…ETF 20년 만 100兆 성장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5월 말 96조754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51조7123억원) 대비 45조원 이상 늘었다. 국내 ETF는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719종목으로, 3년 반 동안 250종목 이상이 상장했다. 공모펀드 침체 속 코로나19를 거치며 급격하게 불어난 개인투자자들은 ETF의 거래 편의성, 저비용, 투명성, 환금성 등 매력을 맛보게 됐다.
무엇보다 시장 트렌드에 맞는 상품들이 관심을 사로잡았고,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응도 한몫했다. 금리가 크게 올랐던 지난해 규제 개선을 통해 만기채권형 ETF가 등장한 게 대표적 사례다. 예금만 하던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됐고 만기채권형 ETF 규모는 약 4조원에 육박한다.
운용사들은 금융시장의 주도적인 참여자가 된 개인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단순히 연말 세액 공제를 위한 기계적인 납입이 아닌 개인연금·퇴직연금을 통해 수익을 적극 창출하려는 젊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운용사는 이에 맞는 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200조 핵심은 ‘연금’…해외 채권·기관 유입도”
ETF 200조원 시대를 이끌 새 트렌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수민 부장은 “한국 ETF는 주식시장 대비 비중이 약 4%로, 미국(12.7%)과 비교해 성장 여력이 여전히 크다”며 “200조원 시대로 향하며 전략은 세분화되고, 다루는 자산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해외 주식형·채권형 ETF 상장 △잘 짜인 테마형 ETF △기관 투자자들의 ETF 투자 확대도 ETF 성장의 핵심이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미국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에 없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해외 주식형, 관심이 높아진 해외 채권형 등 다양한 투자 옵션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메가 트렌드를 잘 반영해 만들어진 소수의 테마형이 많은 자금을 유치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기관의 ETF 직접 투자 활성화가 현실화되면 개인의 시장 참여 영향 이상의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분간 채권형이 ETF의 추가적인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내 ETF에서 주식형의 비중은 35%를 넘어 다소 편중돼 있다는 평가다. 김종협 본부장은 “미국 주도의 금리 인상 이후 채권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단순 패시브형에서 나아가 상품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했다.
ETF 씨앗에서 자라난 자산배분 솔루션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ETF 200조 시대는 다양한 투자자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산배분 상품이 관건”이라며 “국내보다 해외, 다양한 지수를 결합한 투자자 맞춤 포트폴리오 제공이 시장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남용수 본부장은 “은퇴세대를 위한 연금 세테크 솔루션 등 ETF 솔루션 비즈니스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ETF 전문가들은 당장 올 하반기 증시 상방 요인으로 △연내 긴축 종료 기대감 △견조한 미국 경기와 소비 △반도체 업황 개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 등을 꼽았다. 하방 요인은 △예상과 다른 금리 경로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등을 들었다. 선호 ETF 유형·테마는 △반도체 △미국 배당 △미국 채권형 △인도 △방산 △미디어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