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폭우피해 대처, 사소한 것부터 과하게[기자수첩]

  • 등록 2023-06-12 오전 6:00:00

    수정 2023-06-12 오전 6:00:00

지난해 8월 폭우로 인해 고립되면서 참변을 당한 발달장애 가족이 살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사소한 것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죠. 그래야 입을 피해도 덜하죠.”

최근 취재 목적으로 만난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올해 여름철 폭우 가능성에 따른 판자촌 등의 피해 대책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배수로 청소나 사전 대피 교육 등 사소한 것부터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지난 7일 찾은 서울 서초·송파구 일대 판자촌인 나루·화훼마을은 이러한 사소한 것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물 폭탄으로 인근 지역으로 대피했던 마을이지만 토사가 쏟아져 내려왔던 흙벽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배수구는 담배꽁초 등으로 막혀 있었다. 불안했던 한 주민은 다산 콜센터에 10번 넘게 전화를 하며 간신히 구청으로부터 청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70여 가구가 사는 화훼마을 옆으로 지난해 범람했던 창곡천이 흐르고 있지만, 대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민의 걱정만 가중될 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반지하촌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촌은 일가족 3명이 불어난 물에 탈출하지 못하고 숨지기까지 한 곳이었다. 그러나 반지하촌 등이 있는 곳을 돌아보면, 가장 기본적인 수해 관리 대책인 배수구 관리도 엉망인 상태였다. 급격히 불어나는 물이 차오르지 않게 하려면 배수구 역할이 중요한데, 배수구는 담배꽁초나 담뱃갑 등으로 쌓여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담배꽁초와 악취를 막고자 배수구를 아예 덮개로 덮어둔 곳도 있었다.

올해 여름이 지난해보다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소한 대책이라도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7월 강수량은 평년(245.9~308.2㎜)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40%다. 8월 강수량은 평년(225.3~346.7㎜)과 비슷할 확률이 50%, 높을 확률이 30%에 달한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집이야말로 시민의 삶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판”이라며 “주거 안전망을 겹겹이 덧대 도움이 필요한 단 한 분이라도 더 찾아 지원하고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말처럼 반지하 촌과 판자촌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사소한 것부터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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