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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재 목적으로 만난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올해 여름철 폭우 가능성에 따른 판자촌 등의 피해 대책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배수로 청소나 사전 대피 교육 등 사소한 것부터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지난 7일 찾은 서울 서초·송파구 일대 판자촌인 나루·화훼마을은 이러한 사소한 것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물 폭탄으로 인근 지역으로 대피했던 마을이지만 토사가 쏟아져 내려왔던 흙벽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배수구는 담배꽁초 등으로 막혀 있었다. 불안했던 한 주민은 다산 콜센터에 10번 넘게 전화를 하며 간신히 구청으로부터 청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70여 가구가 사는 화훼마을 옆으로 지난해 범람했던 창곡천이 흐르고 있지만, 대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민의 걱정만 가중될 뿐이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집이야말로 시민의 삶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판”이라며 “주거 안전망을 겹겹이 덧대 도움이 필요한 단 한 분이라도 더 찾아 지원하고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말처럼 반지하 촌과 판자촌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사소한 것부터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