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386 컴퓨터서 채굴한 이미지 '창조 데이터'가 되다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33점·NFT 9점 공개
유치원생 아들 386 컴퓨터가 작업의 시작
"디지털에 능숙한 젊은 세대 영감받았으면"
5월 17일까지 PKM갤러리
  • 등록 2023-04-25 오전 5:30:00

    수정 2023-04-25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9년. 코디 최(62) 작가는 유치원생 아들 조이의 386 컴퓨터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들은 컴퓨터 드로잉 프로그램인 ‘3D 컬러링 북’으로 동물의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연필이 아닌 마우스로, 창의력보다는 사전에 제공된 템플릿의 조합으로 가상 세계 이미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데이터의 창조 개념을 고민하던 그는 다가올 21세기에는 상상력이 아닌 데이터가 창작의 자원이 될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아들이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해킹해 디지털 이미지를 얻어냈지만 이미지가 너무 작아 쓸 수가 없었다. 이들 이미지의 바이트(Byte)를 증폭시키는 데에만 꼬박 1년을 쏟았다. 어렵사리 얻은 증폭된 이미지들은 수백 개의 이미지 데이터로 발전시켰다. 그는 이를 ‘창조 데이터’라 부른다.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 코디 최 작가(사진=PKM갤러리).
데이터베이스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코디 최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린다.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코디 최의 개인전 ‘헬로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의 프린트와 전통 회화 기법을 결합한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신작 33점과 2022년에 제작·등록한 NFT 작업 9점을 공개한다.

최근 PKM갤러리에서 만난 코디 최는 “데이터베이스 페인팅은 만들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들이 나오기 때문에 점점 더 진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재밌는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을,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1990년대 중반 뉴욕 다이치 프로젝트 개인전, 1996년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개관 기념 그룹전 등으로 일찍이 국제적 작가로서 명성을 다졌다. 2017년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선구적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채택해 왔다. 그의 작품들은 픽셀로 찍은 고양이와 개의 이미지를 더하고, 곱하고, 지우는 식으로 작업한 것이다. 그 위에 적게는 400번에서 수천번 층층이 색을 쌓아올리는 ‘레이어링’ 기법을 더했다. 이같은 그의 작업방식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사슬 형태로 연결하는 블록체인 기법과 흡사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앞선 것이었다.

코디 최 ‘Database Painting Animal Totem Hello Kitty A1’(사진=PKM갤러리).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픽셀 이미지 속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숨어있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감 속에서 동물들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전시명인 ‘헬로키티’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작가 존 밀러가 붙여준 제목이다. ‘토템’은 원시 사회에서 부족·씨족 구성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의미하는 말이다. 코디 최는 “헬로키티는 아시아권에서 1974년 처음 등장한 동물 캐릭터”라며 “X세대에게는 마치 미키마우스처럼 상징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주제를 컴퓨터로만 작업한 NFT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NFT 거래 플랫폼 오픈시(Opensea)에서 약 20이더리움(약 5000만원)에 판매 중인 NFT를 전시용으로 제작했다. 코디 최는 2021년 아트바젤 홍콩에 NFT 작품 ‘애니멀 토템’ 연작을 7만 이더리움(당시 시세로 1900억원 상당)에 내놓으며 주목받은 바 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었지만, 가치와 가격이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 NFT 아트 시장을 꼬집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오래된 것이지만 1999년도의 데이터가 저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있어요. 컴퓨터 교육이 거의 처음이던 시기에 데이터로 예술작업을 시도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저만의 물감 팔레트와 같아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런 작업을 한다면 또 다른 결과물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제 작업을 통해 디지털에 능숙한 젊은 세대가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코디 최 ‘DATABASE PAINTING, ANIMAL TOTEM, PUPPY 2207220322(사진=PKM갤러리).
코디 최 개인전 ‘헬로 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 전시 전경(사진=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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