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호 대표 "초거대 언어모델 최적화 한 AI칩 내년 선보일 것"

[K-인공지능 생태계를 가다]⑥퓨리오사AI
AI반도체, 무수한 AI 프로그램 효율성·속도·기술력 높이는 기반
1세대 '워보이' 범용성 뛰어나…2세대는 언어모델 집중 지원
무한한 성장 가능성 주목…3세대 출시 후 나스닥 상장 목표
  • 등록 2023-03-17 오전 5:30:00

    수정 2023-03-30 오후 3:26:17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처음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말했을 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결국 세계적인 회사와의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이하 퓨리오사)는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무수히 많은 AI 프로그램의 효율성과 속도, 기술력을 높여줄 AI 반도체를 설계·개발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챗GPT 등 서비스는 모두 다르지만 밑바탕이 되는 기술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특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백준호 퓨리오사 대표(사진=퓨리오사)
1세대칩 양산…엔비디아보다 성능 좋아

최근 서울 강남 퓨리오사 본사에서 만난 백준호 대표는 “챗GPT와 같은 강력한 AI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려면 인프라와 하드웨어 구축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고성능 반도체를 사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성능 AI반도체를 사용해 효율성을 높이면 비용을 30~50% 이상 아낄 수 있다. 매달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앞으로 AI반도체 도입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털회사인 앤드리슨호로위츠가 AI 관련 산업 중 AI 반도체가 가장 강력한 사업모델을 갖는다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백 대표는 전했다.

지난 2017년 창업한 퓨리오사는 삼성전자(005930)를 통해 ‘워보이’라고 불리는 1세대 반도체 칩의 양산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2021년 AI 칩 벤치마크 테스트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세계적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주목을 받은 제품이다.

더욱이 이 제품은 범용성을 갖췄다. 주로 고성능의 연산이 필요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사용하지만 △사진 및 영상 분석 △지능형 교통관제 시스템 △초해상도 영상 복원 등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팝소프트의 영어 교육 앱 ‘말해보카’에 퓨리오사 1세대 반도체가 광학식 문자판독장치(OCR)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지에 포함된 글자를 인식하고 추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도 협업키로 했다. 카카오엔터는 퓨리오사의 반도체를 활용해 엔터프라이즈 정보기술(IT) 플랫폼 및 AI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솔루션과 퓨리오사AI의 1세대칩 ‘워보이’를 결합해 교통·금융·물류·제조·의료 등 버티컬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1세대 제품이지만 높은 기술 완성도를 바탕으로 카카오데이터센터에서 실제 서비스를 구동하고 있는 만큼 기술·사업 두 관점에서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반도체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영역에서 국내 대표 주자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다.

“범용성·효율 모두 만족시켜야”…2026년 3세대 칩 출시

백 대표는 “반도체를 한가지 목적으로 설계하면 범용성이 떨어지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범용성과 효율을 만족하는 접점을 잘 찾는 게 중요한 기술력”이라며 “칩 개발을 시작해 제품이 나오기까지 최소 3년 정도가 걸린다. 사용자들이 어떻게 쓰더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용성을 높여야 다양한 고객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퓨리오사는 1세대를 넘어 2세대, 3세대까지 시선을 넓히고 있다. 가칭 ‘레니게이드’라고 부르는 2세대 칩은 강력한 언어모델에 집중한 게 특징이다. 챗GPT 이후 초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비슷한 시스템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2세대 칩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 뒤 늦어도 2025년 상반기 중 사업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퓨리오사는 2세대 칩 양산보다 먼저 3세대 칩 설계에 나선다. 2026년 출시가 목표다. 3세대 칩은 1·2세대 칩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축적한 고객의 니즈와 수요 산업의 흐름 등의 상세한 정보를 기반으로 더욱 성장한 형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 대표는 “2세대 칩은 수천억원대, 3세대 칩은 조 단위의 성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3세대 칩을 출시할 시기에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퓨리오사 AI(인공지능)반도체(사진=퓨리오사)
“스타트업이 경쟁력 높아…글로벌 리더 목표”

백 대표는 AI 반도체 시장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막대한 자본력보다는 창의력을 가진 인재들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해법을 내놔야 해서다.

그는 “반도체는 마치 건축물을 세우는 것처럼 복잡한 구조물이라 ‘아키텍처(architecture)’라고도 부른다”며 “반도체를 분해하면 전세계의 도시를 합친 것보다 구조가 복잡하다”고 전했다. 이어 “따라서 설계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술적인 부분에 창의력을 더해 효율적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설계를 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영역은 스타트업이 반드시 이길 분야다. 다른 사람이 볼 때 무모해 보이더라도 타협하지 않고 소수 정예가 기존질서를 부수겠다는 결기와 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퓨리오사도 탄탄한 기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주도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욕망이 있다. 특히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인재들이 많다”고 자신했다.

투자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 네이버 등에서 시리즈A로 80억원, 2021년에는 시리즈B투자를 통해 800억원을 받았다. 올해도 2000억원 이상의 시리즈C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퓨리오사는 세계시장의 리더가 되는 게 목표다. 백 대표는 “글로벌 AI 칩 시장을 선도하려면 기술을 주도하고 설계역량도 가장 고도화돼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제품화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AI 반도체를 대량 양산하고 리더에 해당하는 매출과 이익을 갖춘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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