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목적이 다른 2개 재단을 무리하게 합치면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져 관련 사업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또 산업진흥원을 해산하려고 해 전임 시장의 공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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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이 복지사업 하는 기형적 구조
시는 올해 산하기관인 김포복지재단을 해산하고 복지재단의 인력·업무를 김포문화재단으로 이관해 통합할 계획이다. 통합 시 복지재단 대표이사는 물러나고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복지업무까지 총괄한다.
시는 또 출연기관인 김포산업진흥원을 해산하고 진흥원 직원 7명을 문화재단에 배치할 예정이다. 7명은 진흥원의 기업 지원업무를 하지 말고 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 관련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이러면 기존 문화재단 임직원 65명(기간제 12명 포함), 복지재단 직원 10명, 진흥원 직원 7명 등 전체 82명이 문화재단 한 곳에서 근무하게 된다.
시는 기관 통폐합·해산 결정에서 정부 기준인 △소규모 인력 기관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이 없는 경우 등을 적용했다. 소규모 기관인 복지재단을 통폐합하면 대표이사 연봉 1억원 정도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는 기관 통폐합 등에 필요한 ‘김포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부칙에 산업진흥원 폐지 포함)을 오는 14~17일 열리는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의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통폐합, 진흥원 해산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통폐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재단이 통폐합되면 복지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복지업무까지 지휘·감독하기 때문에 복지사업이 축소되거나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재단의 주요 사업은 모금·배분, 복지시설 운영, 사회복지 종사자 지원 등이 있는데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이러한 사업 방법, 활성화 방안 등을 지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문화재단은 공석인 대표이사의 채용공모를 심사 중인데 채용 기준에는 문화·예술 경력만 반영됐고 복지 전문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포의 사회복지사 A씨는 “복지재단과 문화재단은 유사기관이 아니어서 정부의 통폐합 가이드라인과 맞지 않다”며 “김포시는 소규모 기관을 모아 공룡기관을 만들려고 하는데 정부의 혁신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산업진흥원 3년 만에 해산 ‘오락가락 행정’
김포시는 또 2019년 타당성 용역을 거쳐 산업진흥원을 설립해놓고 3년도 안돼 해산을 결정해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초 진흥원은 올해 사업비 27억6500만원(노후생산시설 현대화 지원비 등)을 요구했으나 시는 재정 여건이 어렵고 해산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27억500만원(97.8%)을 삭감했다. 기업 지원 목적으로 설립한 진흥원의 예산을 줄여 지원사업을 가로막은 셈이 됐다.
유매희 더불어민주당 김포시의원은 “시는 타당성 용역까지 해서 설립한 진흥원을 하루아침에 없애려고 한다.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사업 성과 분석도 없이 해산을 결정한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사회로 갈수록 확대해야 할 문화·복지사업이 통폐합으로 축소·퇴행할 수 있다”며 “2개 재단의 억지 통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영혜 시의원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진흥원을 없앤다는 것은 민선 7기 업적을 지우려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흥원 직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이들을 직무와 관련 없는 문화재단에 배치한다는 것은 일을 그만두라는 것과 같다”며 “시는 설득력 없는 진흥원 해산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 시 재정이 어려워졌다”며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기조에 맞춰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재단 통폐합과 진흥원 폐지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