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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금융사들에게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제출 안내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 11월말이나 12월초면 목표치를 설정해 제출하도록 하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공지가 없다는 것이다.
대출 총량제는 과도한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당국이 금융사들과 협의해 해당 연도 대출 증가율 상한선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명문화된 제도가 아닌데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별도의 제재도 없지만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입장에서 금융사들은 사실상 이를 규제로 인식하고 지켜 왔다.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출을 실행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10월 예금은행의 가계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7.22%로 전월 대비 0.60%포인트(p)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가 7%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3년 1월(7.02%) 이후 9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굳이 금융당국이 앞장서 대출 목표치까지 제시하며 금융사들을 압박할 유인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내년도 대출 총량제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일단 해가 넘어가고 전체적인 방향을 정한 다음에 하는 것이기에 해당 사안은 우선순위에서 좀 밀려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업계는 대출 총량제가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엔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보통 전년 대비 4~5% 정도의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당국에서 제시해 줬고 올해도 목표치는 연초에 있었는데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총량이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미가 없어졌다”며 “내년 언제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현재의 고금리 상태가 유지될 것은 뻔하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서도 굳이 규제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대출 총량 규제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만든 취지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법정금리 20% 제한, 총량 규제 등에 묶이다 보면 결국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게 돼 애초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