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말고, 이 세상에 어떤 슬픔이 더 있을까. 누군가의 평범한 엄마, 아빠로 불리던 이들은 ‘유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데 모였다. 지난 10일 유족협의회 출범식은 통곡의 장이었다. 유족의 오열에 현장 참석자들의 고개는 저절로 숙여졌다. 유족 중 한 명은 실신해 119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는 유족에게 고정된 모습이 있다.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투쟁에 나섰고, 시민사회 활동가가 됐다. 그렇게 그들은 거리의 투사가 됐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도 “유족들과 함께 투사가 될 것을 맹세한다”고 다짐했다. 평범하게 살아왔던 어머니는 “슬픔이 분노로 바뀌었다”며 “참을 만큼 참았다”고 투사가 될 결심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 없이 정치권에서는 유족협의회 출범을 두고 “‘재난의 정쟁화’라는 국민적 의구심이 있다”고 표현해 유족의 분노를 샀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여야가 가세한 정치적인 논란으로 흐르는 걸 경계해야할 시점이다.
당시 “이제 그만할 때 되지 않았느냐”는 일부 비판에 세월호 참사 유족은 “당신 자식이라도 이랬겠느냐”고 분노했다. 이태원 참사도 다른 사람 일이라고 여기는 순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정부가 어떻게 사고를 처리하고 유족을 대하느냐에 전국민적인 ‘트라우마’ 치유와 극복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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