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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내년은 모든 투자 자산에 걸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큰 손’ 블랙록의 리처드 뮤럴 글로벌 자산배분(GTAA) 부문 대표(사진)는 8일(현지시간)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가 주관한 제54차 뉴욕국제금융협의체에 나와 “선진국, 특히 미국 주식은 ‘비중 축소’를 추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블랙록이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경고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뮤럴 대표는 내년 미국 주식에 부정적인 이유를 두고서는 “경기 침체 리스크가 가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신흥국 주식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주식과 채권간 역(逆)의 관계가 깨진, 다시 말해 두 자산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점쳤다. 통상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 가격의 등락에 따라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채권 가격은 그 반대로 움직여 왔다. 그런데 올해는 주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채권가격 역시 하락했다(채권금리 상승).
뮤럴 대표는 “올해 주식과 채권간 높은 연동성(주식·채권시장 동반 약세)은 투자 환경을 어렵게 했다”며 “과거 전통적인 투자 방식과는 전혀 다른 투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경기 침체 국면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장기국채의 투자 전략을 가져가는 게 과거에는 유효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뮤럴 대표는 “현재 경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지금 장기국채는 가격 측면에서 오히려 매력적이지 않다”며 “비중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을 많이 반영한 단기국채는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월가 리더로 꼽히는 블랙록의 우울한 전망은 근래 계속 이어지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서 주식가격과 채권가격의 동시 급락, 달러화 초강세 등을 거론하며 “시장 환경이 완전히 리셋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유지했던 투자 패턴을 바꿀 때가 됐다는 의미다. 핑크 회장은 “우리는 실질 성장세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갖지 못하고 (특정한 몇 가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제금융협의체 회의를 주관한 신용선 KIC 뉴욕지사장은 “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내년 새해를 앞두고 향후 시장 방향성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