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백주아 기자] “4인 가족인데 3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이네요. 50만원 정도는 들고 나와야 차례상을 제대로 차릴 수 있을 것 같아요.”(서울 종로구 거주 정경자 씨)
올 상반기부터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석 성수품 가격도 설 명절 때보다 대폭 올라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에 몇 개만 담아도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탓에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상인들 역시 제값에 제품을 매대에 걸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서울 동대문구 A전통시장에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
|
29일 서울 동대문구 A전통시장에서 만난 정경자(58) 씨는 “추석 전에 시장 미리 나와서 가격 보는데 오이가 하나에 2000원씩 하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30년간 A시장에서 야채를 팔아온 김순혜(55) 씨는 “올해는 폭염과 폭우로 야채 값이 많이 비싼 편”이라며 “추석 대목에는 지금보다 1000~2000원 정도는 더 오른다고 보면 된다. 손님이 발길을 돌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지난해 대비 6.8%(2만241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28개 품목)이 평균 31만8045원이었다. 전통시장이 27만2171원, 대형유통업체는 36만392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 6.6% 늘었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평균 25%(9만1749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사진=김정훈 기자] |
|
실제 이데일리가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추석 물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품목은 전통시장이 저렴했다.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배, 밤 등은 대형마트보다 절반가량 저렴했고 배추, 파, 사과, 포도 등도 전통시장이 조금 더 쌌다. 생선류 중 갈치의 경우 카드할인을 적용하면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현저히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대형마트와 1대 1 품목별 비교는 각자 장보기 상황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다. 마트가 진행하는 묶음판매, 카드사별 할인 이벤트에 따라 전통시장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진행하는 파격 세일전 등을 이용하면 전통시장보다 더 좋은 품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꼼꼼히 따져 보면 좋다”고 말했다.
결국 부지런하고 똑똑한 소비자만 알뜰한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소비자들은 초고물가 시대에 명절을 맞는 기분이 썩 개운치만은 않다고 전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표덕순(57) 씨는 “야채며 과일이며 너무 비싸서 장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이번 추석에는 되도록 양을 줄여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