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둘레길을 걷던 주모(46)씨는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주씨는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고 해도 야생동물이니까 보호해야 하지 않나”라며 “사람들이 밀집한 곳은 못 오도록 막아야 하지만 보통 먹을 게 없어서 여기까지 내려오는 건데 귀엽다면서 쓰다듬으려고 무작정 다가가면 안될 것 같다”고 했다.
|
야생너구리가 하천과 산책로에 출몰하는 이유는 서식지 파괴 속 자연생태공원 증가, 길고양이 먹이 등이 꼽힌다. 이들의 본래 서식지는 파괴돼 줄고 있는데, 지자체의 환경조성사업으로 도심 속 자연생태공원은 늘면서 활동반경이 넓어져 사람이 거주하는 도심으로 내려오고 있단 것이다. 서식지 파괴로 먹이활동이 어려워진 너구리는 길고양이용 먹이에 이끌려 내려오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야생너구리로 인한 사고도 적지 않다.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 장지공원에서 산책하던 50대 여성은 너구리 세 마리에게 습격당해 병원 신세를 졌다. 강북구 우이천에선 야간에 산책 중인 반려동물이 너구리의 공격을 받았다. 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야생너구리 관련 신고는 △도봉구 2건 △강북구 4건 등으로 집계됐다.
야생너구리는 멧돼지와 달리 유해 야생동물이 아니라 포획이나 사살은 불법이다. 지자체에서도 별도로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신고가 들어올 경우 마땅히 취할 조치가 없다. 실제로 피해를 입어 병원비가 발생했다고 해도 개인 상해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피해 보상을 받기 힘들다. 사망했을 경우 형사입건은 가능하지만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 내 야생 동물의 출현은 도시 생태의 건강성 지표로 앞으로 서울시 생태환경이 개선되면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피제 배포, 현수막 게시, 울타리 설치, 관계기관 협의와 더불어 야생너구리에 관한 연구조사 등을 통해 도심지 야생동물과 공존을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용 전 야생생물관리협회 서울지회장은 “야생너구리는 공격성이 있어서 사람이 다가오면 물 수밖에 없는 본능이 있다”며 “귀엽다고 다가가서 먹이를 주려고 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