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20억 투자금이 200억으로 뛴 배경…코스닥 기업의 ‘기묘한 대박’

2년 넘게 지연된 권리 청구
인고의 시간 보낸 애드바이오텍
계약 마무리 시 자산 2배 증가 효과
  • 등록 2022-08-12 오전 6:00:00

    수정 2022-08-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해외 제약바이오 회사의 지분을 20억원대에 매입했다가 200억대 차익을 보게 된 기업이 있다. 지난 1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 애드바이오텍이다. 회사 시가총액(470억대)의 절반에 달하는 투자금 회수를 목전에 두고 있어 투자 과정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OTC 상장사 카나리아바이오(016790)엠과 코스닥 상장사 애드바이오텍(179530)은 하반기 중 전환사채(CB) 및 신주 양수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본 계약이 마무리 되면 애드바이오텍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자회사 카나리아바이오(옛 현대사료) 총 지분의 약 2% 안팎에 해당하는 CB와 신주를 양수 받게 될 전망이다.

애드바이오텍이 보유하게 될 지분의 가치는 이날 카나리아바이오 종가(3만4900원) 기준으로 270억원 수준이다. 주가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추후 주식 전환 후 매도할 경우에는 200억대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애드바이오텍의 자산이 296억원임을 감안하면 보유 자산이 2배 가량 증가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산 확보 계약이 마무리되면 애드바이오텍 측이 회사 확장에 두둑한 실탄 확보 효과가 클 것이라는 평가다. 애드바이오텍은 계란을 이용한 독보적인 고역가 항체(특이난황항체, IgY) 생산기술로 항체의약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면역항체 바이오기업이다. IgY제품의 중국 수출확대와 반려동물 제품과 건강기능식품 제품의 시장확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제2공장 증축 계획을 가지고 있고, 동물용 백신 시장이 1조 가량 되는 중국을 타겟으로한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확보할 지분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의 일부는 전략적 투자 및 회사 확장에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애드바이오텍 본사(사진=애드바이오텍)
20억 투자금이 200억대로…카나리아바이오-애드바이오텍 연결고리는

두 회사의 지분 거래에서 이목을 끄는 점은 애드바이오텍이 사실상 거액의 투자 차익을 보게 됐다는 점이다. 200억대가 넘는 지분을 갖게 되기까지 애드바이오텍이 투입한 투자금은 약 20억원 수준이어서다.

애드바이오텍이 이같은 차액을 남기게 된 계기는 과거에 단행한 해외 제약바이오기업 투자에 있다. 애드바이오텍은 지난 2013년 강원도가 지원한 국가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 소재 항암·항체치료제 개발사인 퀘스트파마텍에 투자했다. 당시 투자금은 29억원. 이후 퀘스트파마텍이 바이오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 온코퀘스트를 신설했고, 애드바이오텍은 두 회사에 각 4%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최초 취득금액 기준 온코퀘스트에 대한 애드바이오텍의 투자금은 약 21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온코퀘스트가 보유한 난소암 신약후보물질 ‘오레고보맙’이 글로벌 임상2상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을 42개월까지 연장하는 효과를 내면서 보유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기 시작했다.

온코퀘스트 지분을 보유한 애드바이오텍이 카나리아바이오와 연관이 생긴 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온코퀘스트는 같은해 4월 한국 코스닥기업 두올산업(현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전신)에 바이오 관련 지적재산권(IP)을 3752억원에 매각했다. 특허권을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프로그램, 지적재산권(IP) 등을 모두 이전하는 조건이었다.

특이점은 인수자로 나선 두올산업 측이 인수 대금 총액을 현금 납입이 아닌 전환사채(CB) 발행·신주 제공·현물 출자 방식으로 충당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온코퀘스트는 특이한 조건임에도 동의했고,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기존 주주인 애드바이오텍과 중국 제약사 헤파링크 등은 지분에 따라 IP 매각 대금에 해당하는 CB 등을 분배 받을 권리를 갖게 됐다. 현재 애드바이오텍이 카나리아바이오엠에게서 양수받을 지분이 생기게 된 배경이다.

2년 넘게 지연된 잔금 납입…온코퀘스트 주주들, ‘인고의 시간’

온코퀘스트의 IP 계약은 2020년에 체결됐으나 대금에 해당하는 지분 정산은 2년 넘게 지연됐다. 두올산업 측이 보유한 온코퀘스트 관련 무형자산 가치에 대해 회계법인에서는 의견 거절, 법원에서는 현물출자 인가를 거부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회계감사 의견 거절 반복으로 위기에 처한 두올산업은 신규 자금 조달이나 기존 계약 대금 납입에 상당히 난처한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두올산업은 사명을 수차례 변경하고 사업부 인적분할 및 자회사 재합병을 수차례 거쳤다. 오레고보맙의 지적재산권도 거래정지된 회사에서 자회사, 연계 회사 등으로 수차례 옮겨졌다. 자회사 분할·합병 과정에서 비정상적 주가폭등으로 논란이 일어 금융감독원의 조사대상이 되기도 했다.

온코퀘스트 측 주주들은 잔여 권리 대금을 납입할 주체가 수차례 변경되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두올산업 측의 내홍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 지분 가치를 정산 받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온코퀘스트의 지적재산권 이양 대금 납입에 대한 재논의는 올해 3월부터 재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억대 자산 확보까지 남은 리스크는

다만 CB 및 신주 양수를 마무리한 후 일부 리스크는 남는다. 통상 사모 전환사채의 경우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이 걸린다. 애드바이오텍 측이 양수 받은 이후 주식 전환에 나서더라도 매각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매각 시점까지 주가변동에 따라 최종적으로 얻게 될 평가차익은 달라질 수 있다.

또 아직 남아있는 오레고보맙 임상 3상도 변수다. 임상2상까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냈으나 3상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2년 가량의 시간이 남은 상태다. 카나리아바이오 측은 올해 말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오는 2023년 중간데이터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중간데이터 결과가 보호예수기간 내에 나올 가능성이 있어 이때의 주가등락에 따라 자산 가치가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CB 매입 이후 주식 전환까지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면 왕왕 공매도를 활용하는 케이스가 있다”며 “카나리아바이오 측 추주들이 임상 결과에 따라 매각 전에 공매도로 지분을 정리해 헷지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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