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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고용불안·청년 일자리 위해 도입…7만6507개 기업 운영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근로시간·근로일수 조정 등을 통해 임금을 감액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연공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임금체계 하에서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줄이고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64만 3000여 개 사업체 중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체는 34만 7000여 개이고 이 중 22.0%에 해당하는 7만 6507개 사업체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체 중 87.3%는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2013년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최근 임금피크제가 논란이 된 건 지난 26일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6일 대법원은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부담 완화를 통한 경영 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적용됐다”며 “55세 이상 직원들만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정년연장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 감액은 위법”
연구원은 정년 61세를 유지하면서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노사 합의를 거쳐 2009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에만 적용됐고, 만 55세 이상이 되면 그 이전의 직급·역량등급에 무관하게 특정 기준연급을 지급하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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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로 A씨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다. A씨는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월 급여가 약 93~283만원이 줄었다. 또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강구되지 않았다. 아울러 A씨에게 부여된 업무 목표수준 또는 내용에 차이가 없었다.
고용부 “정년유지형 대상 판결…국내 기업 대부분은 정년연장형”
고용부는 이번 판결이 정년유지형이 아닌 정년연장형에게는 본질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고,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분류할 수 있다.
이에 노사가 정년 연장을 배경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볼 수 있다. 특히, 2013년 5월 이전에 정년이 60세 미만이었고, 2013년 5월 정년 60세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정년연장형으로 볼 수 있다.
또 정년유지형이라도 항상 무효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정년유지형은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다. 판단기준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이다.
정년을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은 판단기준에 따라 개별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다만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이 타당하지 않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없는 등의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면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도입한 합리적 이유가 없이 결과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에 대해 연령만을 이유로 해 불이익한 처우를 한 것이 차별로 인정됐다.
정년유지형도 위법 아닐 수도…“판단기준 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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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이하인 근로자는 정년이 연장(58→60세)되면서, 연장된 2년 동안 임금이 연간 25% 삭감되는 반면, 2급 이상인 원고들은 정년(60세) 연장 없이 2년 동안 1차년도에 임금 25%, 2차년도에 임금 30% 삭감하는 식이었다.
법원은 2급 이상인 원고가 기존에 유리한 정년 규정을 이미 적용받았고, 정년퇴직 전 1년 동안 공로연수가 가능했고, 희망자에 대해서는 업무시간 조정이 가능했음 등을 이유로 해당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년연장 수반 조치로 도입했다면 차별 아닐 것”
정년연장형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에서 연령차별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판례, 기타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지난 5월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C공단 사건에서 해당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고령자고용법에 근거해 도입됐다. 3, 4급 근로자였던 원고들은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돼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됐으므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해 원고들이 불이익만을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명목만 임금피크제일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서울고법에서 확정된 판례에 따르면 정년을 2년 간 연장하는 대신 빠르면 44세부터 연차별 최대 5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으로 설계된 것으로서, 임금 삭감이 근로의 질이나 양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였는지 여부’와 ‘승급대상에서 누락하였는지 여부’에 연동되어, 사실상 근로자를 퇴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