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모두싸인 서울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세탁기가 발명되면서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 등에 투입될 수 있었다”라면서 “시간 절약의 가치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싸인은 기업 및 기관, 개인의 계약을 전자화해 계약서 작성부터 계약 체결, 계약서의 보관 및 관리를 지원하는 전자계약 스타트업이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 포스코건설, CJ ENM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포함한 17만여 기업 및 기관이 모두싸인을 이용하고 있다.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모두싸인의 편리함과 안정성이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2021년에만 약 5만 4000여 곳의 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 2020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모두싸인의 성장 가능성에 벤처캐피털(VC)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초 시리즈B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 설립 6년만에 누적 투자액 144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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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 배운 코딩…창업으로 이어져
개발 동아리를 개설한 그가 가장 처음 만든 앱은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가르쳐주는 앱이었다. ‘홈트’란 말이 낯설던 시절이었지만, 이 대표의 앱은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수 10만 건을 기록하며 건강 앱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앱 개발에 나선 이 대표는 송사에 휘말린 지인들이 법학을 전공한 자신에게 변호사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는 점을 떠올렸다. 변호사가 된 선배도 사건 수임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을 연결해 주는 사업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플랫폼 개발과 운영에는 동아리 영역을 넘어선 마케팅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 대표는 모두싸인의 전신인 ‘로아팩토리’를 설립하고, 변호사 중개 서비스 ‘인투로’를 개시했다. 인투로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법적 분쟁 대부분이 계약서를 분실하거나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분실 위험이 없고 계약서 작성도 간편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모두싸인의 시작이다.
모두싸인은 투자받은 자금으로 인원을 대폭 충원했다.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위해서다. 오라클에서 근무하던 박상현 전무를 부대표로 영입했고, 대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영업사원도 다수 채용했다. 20명 남짓 불과하던 직원은 현재 65명까지 늘었다. 모두싸인은 올해에도 20명이 넘는 인원을 새롭게 뽑을 계획이다.
계약의 자동화가 목표…부산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계약과 관련한 다양한 산업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사회 초년생이 자주 실수하는 전세 계약의 경우, 계약서 쓰는 법이나 전세 계약 시 주의할 점 등 법적 조언을 해주는 법률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고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한 이용자를 인테리어 서비스 업체와 연결해주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단 게 이 대표의 구상이다.
모두싸인의 성장 가능성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이 대표에게 수차례 매각 제의가 들어왔다. 다만, 이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신만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꾸겠단 의지가 간절한 곳이 없어서다. 그는 “나보다 이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고 회사의 비전을 추구할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회사를 넘길 수 있다”라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말하는 비전엔 고향인 ‘부산 사랑’도 담겼다. 부산에서 창립한 모두싸인은 현재 부산 본사와 서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일주일에 2~3번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불편한 점도 많지만, IT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부산에서 관련 업계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받기 어려웠던 점을 떠올렸다.
그는 “IT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영업이나 경영을 도와줄 시니어 인력이 필요한데, 부산에선 IT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 없다. 결국 인력을 구하기 위해 서울 사무소를 차린 것”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성공한 부산 기반 IT기업이 된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니어 인력을 지역에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