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에서 온 편지]한국문화에 반한 이슬람 왕국

[공관장의 편지]
한국문화에 푹 빠진 브루나이인
우리나라 건설기업 진출 활발해
  • 등록 2022-04-01 오전 6:00:00

    수정 2022-04-01 오후 2:56:41

2021년 6월 브루나이 시내 공연장에서 열린 케이드림 나이트2021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주브루나이 대사관 제공)
[김성은 주브루나이 대사] 작년 6월, 브루나이 시내 한 공연장에서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이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이 흥겨운 노래에 맞춰 칼 군무를 뽐내는 이들은 다름 아닌 브루나이 학생들과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초등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케이-드림나이트(K-Dream Night) 행사는 2014년부터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브루나이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한국문화클럽(KCC)이 주체가 되어 매년 개최되어 오고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작년 행사도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황금빛 돔을 지닌 모스크가 유명해 ‘황금의 나라’로도 알려진 이슬람 왕국 브루나이에서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려면 계획 단계에서부터 브루나이 정부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인데, 예를 들면 공연이 허용되는 날짜가 별도로 정해져 있기도 하고,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라 하더라도 공연 내용, 의상, 동작 등에 대해 사전 조율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케이팝 뿐 아니라 케이드라마, 케이푸드는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브루나이인들을 만나면 한국 대사인 저보다 더 잘 한국 드라마 제목과 배우의 이름을 줄줄 외는데, 브루나이에서 한류의 위상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누구나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정도의 인사말을 쉽게 건넵니다. 심지어 브루나이 외교장관은 저에게 블랙핑크를 좋아한다고 직접 얘기할 정도입니다. 이곳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의 대사들과 그 배우자들도 한결같이 한국 드라마에 매료되어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최근 5년 사이 브루나이에도 한류의 영향으로 한식당이 여러 곳 늘어났습니다. 우리에게도 매운 닭갈비와 떡볶이가 인기인 것을 보면 브루나이인들이 이미 한식에 푹 빠져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떡볶이 분식점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음도 자주 봅니다. 특히, 김치는 건강식으로 알려져 특임대사이자 볼키아 국왕의 여동생인 마스나 공주도 즐긴다고 합니다. 작년 12월에는 RBC라는 음식전문회사가 인터넷 방송으로 비빔밥 등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면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15개월간 지역감염이 발생하지 않아 코로나 청정국이었던 브루나이도 작년 8월 시작된 델타 변이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전국에 걸쳐 봉쇄 조치가 시행되다 보니 가장 큰 문화행사인 코리안 페스티벌도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화 동영상 공모전에 수많은 브루나이 젊은이들이 참가하였고,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퀴즈 이벤트 당첨자에게는 브루나이 정부의 ‘스테이엣홈’ 방역지침에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식 도시락을 배달해 주었는데, 그 호응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과 브루나이 간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은 주로 우리 기업들의 건설 부문 진출로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3년 전 우리 기업의 기술과 땀방울로 완성된 템부롱 대교는 동남아에서 가장 긴 다리로 바다를 가로질러 브루나이 국토를 동서로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이로써 브루나이 국민통합에 기여하면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브루나이인들에게 남겼습니다. 이 템부롱 대교와 시내중심가에 가까운 RIPAS 대교의 건설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강한 경제 이미지와 위와 같은 한류의 힘이 결부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브루나이에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성은 주브루나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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