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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19일까지 전세대출 증가액은 8129억원으로 집계된다. 올 들어 9월까지 이들 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총 16조2181억원으로, 한달 평균 약 1조802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10월 전세대출 증가폭은 금융권의 강력한 감축 움직임에 둔화할 전망이어서 전세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임대차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의 경우 신규 전세보증금 증액분을 한도로 내주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은행이 지난달 29일 첫 도입한 후 하나은행이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어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상호금융 등도 27일부터 이 방식에 동참하기로 했다.
당국이 올해 4분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한도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해 숨통을 틔웠지만, 규제 기조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전세대출을) 해주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임차인이 부담하는 전세대출 비용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연 2%대를 유지했던 금리는 지금은 종적을 감췄다. 실제 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를 보면 지난 8월 13일 연 2.56~3.76%에서 9월 15일 2.92~4.12%로 뛰었다. 이어 이달 15일 기준 3.20~4.20%로 높아졌다. 금리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빠르게 오른 데다 은행이 규제 대응을 위해 우대금리 축소나 가산금리 상향 등으로 대출금리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전세대출 증가를 수요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세 물량이 여전히 부족한데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전세신고의무제 등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전셋값이 급등해 전세대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3141가구로 상반기 대비 25.9%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33.7% 감소한 2만463가구에 그친다. 전셋값은 줄곧 상승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3월 6억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지난 9월 기준 6억5365만원까지 올랐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부동산 값이 오른 상태에서 전세대출까지 규제하려고 해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대부분은 부동산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에, 사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총량관리 외 대책 필요”
이번 전세대출 총량관리 배제 조치에는 연말까지 한시적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로 잡으며 더 강력한 감축 방침을 내걸었다.
당국이 당초 후폭풍을 어느정도 예상하고도 전세대출 규제를 밀어붙이려했던 건 그만큼 올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702조8877억원)에서 전세대출 잔액 비중은 약 17% 정도다. 그러나 올 들어 전세대출 증가액은 16조2181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32조7338억원)의 49%에 이른다.
그러나 당국이 더 이상 총량규제와 같이 행정편의주의적 방식으로 가계부채 문제에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집을 산 사람들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방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양도소득세 등을 낮춰야 집을 처분하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텐데 그런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줄이려고 접근해선 안 된다. 무리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조정해 점진적으로 대출을 줄이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