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지난해 역성장을 겪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이 3.4%, 영업이익은 53.1% 감소했다. 대웅제약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2%, 62% 줄어들었다. 모두 기존 사업이 주춤한 영향이 컸다. 한미약품은 해외 수출 부진에다 북경 한미약품 실적 감소가 겹쳤다. 사노피 기술수출 신약 권리반환에 따른 공동 개발 분담금 정산도 부담이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보툴리늄 균주를 두고 벌이는 해외 소송 비용이 커졌고 위장약 알비스가 판매중지되며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중견 전통제약사들의 타격은 더욱 심했다. 영진약품은 코로나19로 인해 병의원 내원 환자가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97% 줄었다. 대원제약은 코로나19 여파에다 연구개발(R&D) 비용까지 늘어나며 영업이익이 30% 줄었다. 신신제약 역시 병원 영업이 어려워지고 세종 신공장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서 영업이익이 41%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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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제약사들의 매출이 내수시장에 한정돼 있었다는 점도 성장의 차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만들고 해외 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한 영업활동의 한계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통해 작은 내수시장, 높은 수입의존도, 오너 중심의 경영체계, 자신의 영역만을 지키려는 국내 제약사들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송시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1세대 제약사가 제네릭 내수시장에 머물렀다면 2세대 제약사는 신약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전통제약사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10년 후를 내다보고 무엇을 개발하는지 분석하고, 의료현장에서의 수요를 파악해 산학이 긴밀하게 협력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치료제, 진단키트, 백신 등을 연구개발 또는 생산하는 바이오 기업 성장세에 비해 전통적 제약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통제약사들도 바이오 분야에 진출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유수의 대학 또는 바이오 벤처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 신약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그에 대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술역량과 임상개발, 사업화 역량을 모아 혁신신약을 개발한다면 글로벌적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