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남혐 아냐?" 이대남의 반격…폭발하는 젠더갈등

[이대남發 젠더갈등]②남성 혐오 표현 검열
성차별 문제 제기에 젊은층 남성도 합세해 ‘역차별’ 주장
"기득권 세대만 누려와…우리 세대는 오히려 피해자"
  • 등록 2021-04-27 오전 5:50:30

    수정 2021-04-27 오전 5:50:30

[이데일리 이소현 김민표 이상원 기자] “아들이 쓰레기? 이거 남혐 조장 아닌가요?”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플라스틱 재활용법 안내 만화 게시물에 ‘남혐(남성 혐오)’ 논란이 제기됐다. 복합재질 플라스틱, ‘아더(OTHER)’로 표기된 제품이 겉으로 보면 재활용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론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었다.

공익적 성격의 만화였지만, 문제는 ‘아들’로 추정되는 사람 머리 위에 발음이 비슷한 ‘아더’를 표기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빠로 추정되는 사람이 “우리집 아덜(OTHER)은 쓰레기가 되는 것인가요”라고 묻자 상담자는 “그렇소, 태생부터 그리 정해져 있었소”라고 답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남자는 원래부터 쓰레기였다고 읽힐 수 있다며,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공동대표 명의로 사과문까지 올렸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논란이 일자 삭제한 게시물 그림 일부(사진=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남혐’ 표현 찾는 남성들…온라인에선 총성 없는 전쟁

최근 인터넷 공간은 성별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글과 성인지 감수성을 요구하는 댓글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성차별 문제는 여성 중심으로 제기됐는데 최근에는 남성도 합세하면서 젠더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남성 혐오가 의심된다며 온라인을 통해 지적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신조어 ‘허버허버’, ‘오조오억개’는 각각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 많다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이는데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성 비하를 목적으로 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남성 비하 표현으로 분류된 이 신조어들을 사용하는 게시글에 대한 신고가 잇따랐다.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유튜버 고기남자와 서울대공원, 방송인 하하 등은 사과했다.

이어 개그우먼 박나래와 방송인 김민아 등 여성 연예인들의 19금 발언과 행동이 남성 혐오 논란을 낳기도 했다. “남자가 그랬다면 은퇴해야 한다”라는 비판과 함께 젠더 갈등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알파걸’로 자란 20~30대 여성들이 대학입학과 사회 진출이 가속화한 가운데 능력이 뛰어남에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임금차별을 비롯해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경험하자 성차별에 저항하며, 집단화된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대 남성을 뜻하는 ‘이대남(20대 남성)’이 젠더 갈등의 새로운 중심이 됐다. 이대남이 뿔난 이유는 “우리 세대 남성은 혜택받은 적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남은 과거 아버지 세대의 남성 우위 사회구조가 붕괴하고 있지만,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그대로 존재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경찰 기동대에서 남성 경찰관만 철야근무를 하고, 정부 사업에서 여성에게 가산점이 주어지는 사례 등을 들며 “역차별, 페미니즘의 피해자”라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급진 페미니즘·경제문제, 남성들의 안티페미니즘 불렀다”

일각에서는 가부장적·남성중심적인 정치에 균열을 내고 성차별과 성폭력을 만드는 구조를 바꾸자는 페미니즘의 모습이 급진적 페미니스트들 탓에 변질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29)씨는 “성평등적 개념에서의 페미니즘은 지지하지만, 최근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남성 혐오적 개념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며 “그동안 여성이 사회적 약자 입장이었던 만큼 분명히 좀 더 강하게 어필해야 했던 부분이 있었겠지만, 극단적 혐오 표현은 반감을 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젠더 갈등의 단골 주제인 군 복무 문제도 안티페미니즘의 중심에 섰다. 취업난 속에 군 복무 기간(1년 6개월)은 남성 취업준비생에게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대학생 김기준(25)씨는 “월급도 얼마 안 주는 군에서 정당하게 의무를 다하고 대가를 요구하는 건데 군 가산점도 없애버렸다”며 “평등하게 여자도 군대 가던지, 왜 여자만 장교나 부사관으로만 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대학생 김모(여·24)씨는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당연히 있기 때문에 20대 남성들도 스스로를 약자로 느끼는 부분을 이해한다”면서도 “본인들이 느끼는 군대, 취직과 같은 어려움을 기성세대가 아닌 또래 여성들에게 ‘굴절 혐오’를 가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24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녀평등 복무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5.6%로 반대 응답(49.6%)과 오차 범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찬성 의견은 20대와 30대가 각각 54.9%. 54.8%로 압도적으로 많아 반대 의견이 더 많은 40~60대에 비해 남성만의 의무 복무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도 26일 오후 3시 현재 23만4263명에 달하고 있다. 작년에도 같은 주제로 국민청원이 산발적으로 올라왔는데 1만여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최근 젠더 갈등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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