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내세우는 경영목표다. 하지만 최근 서울교통공사 채무불이행 논란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신평사 ‘뒷북 평정’은 여전하다고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뒤늦게 내놓은 의견서를 봐도 자신들이 평가한 신용등급이 적정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모양새라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더구나 작년 코로나19로 지하철을 타는 인구가 줄어든 탓에 적자 폭이 커져 서울교통공사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자 한신평은 서울교통공사의 유동성 우려에 대한 주요 원인은 무엇인지 향후 유동성 대응방안은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한 답을 내놨다.
특히 서울교통공사가 이러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기업어음(CP)을 올해 두 차례 발행(1월 4000억원, 2월 3200억원)했다. 올해도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뒤늦게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신평은 유동성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 및 정부와 함께 재정 정상화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추가출자 등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공사채를 발행해 모자란 자금을 메우고 가지고 있는 부동산도 팔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지하철 요금 인상도 협상 중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한신평이 내놓은 의견을 보면 서울교통공사 신용등급 현황과 한신평이 평가한 등급 논리가 무엇인지 공사에 적용한 주요 평가방법론과 적용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작년 12월에 진행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변명을 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도 이번에 내놓은 의견서처럼 기업을 둘러싼 위험요인을 정확히 짚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나 평가 뒤에도 모니터링을 꾸준히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평사도 서울교통공사의 불어나는 부채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평가에는 이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며 “안이한 신용 평가와 뒷북 평정은 수년간 지적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용등급 평가 방식보다 중요한 건 이미 지난 2010년 성남시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 선언 등으로 공기업,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데 있다. 그 결과 지원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어온 한신평이 단순히 서울시의 지원 가능성만으로 그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은 책임 방기이거나 방만한 공기업의 묵시적 동의자를 자처한 것이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 보다 예리하고 선제적인 의견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까. 뒷북 코멘트가 영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