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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톈먼시에 사는 트럭운전사 50세 B씨는 지난 1월 초 일을 하러 대도시로 나갔다가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돼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후베이성 번호판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고, 차를 세울 수도 없이 20여일간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는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써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며 잠을 푹 자고 밥 한끼 제대로 먹는 게 소원이라며 울먹였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빈부격차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여실히 민낯을 드러냈다.
빈곤층은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방역마스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베이성 한 주민이 돈이 없어 마스크 한장을 몇주간 썼다는 인터뷰가 화제가 됐기도 했다. 이 뉴스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중국 SNS에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인에게 학생이 마스크를 건내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주민이 보안요원에 끌려가면서 “돈이 없어 사지 못했다”고 소리치는 등 관련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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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룬 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세계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10억달러 이상 자산의 억만장자 수는 799명이다. 미국(626명)보다 73명 더 많다. 세계 1위다.
그러나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겨우 1만달러 문턱을 넘어섰다. 한국의 3분의 1수준이다. 중국의 빈부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중국 당국은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2012년 9899만명이었던 빈곤인구 수를 약 600만명 수준으로 줄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빈곤인구 기준을 낮게 잡은데 따른 착시효과란 지적이다. 중국은 지난 2011년 연간 1인당 소득 2300위안(약 40만원) 미만을 빈곤선으로 정했다. 이후 소득 증가에 따라 조금씩 조정하고 있는데 올해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4000위안(7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리쭤쥔 중국발전연구센터 자원환경정책연구소 부소장은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 빈부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결국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나라가 많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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