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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가 지난해 고점보다 2억원 정도 빠지다보니 문의가 있긴 한데, 시장 분위기상 더 기다려보겠다는 매수자도 있습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K공인중개사)
연초부터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대출부터 세금까지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강화한 9·13 대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 호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11월 들어 꺾이기 시작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9주 연속 내리막 길을 내달리고 있다.
16억원선 무너진 은마…한파 닥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전용면적 76.79㎡가 호가 15억8000만원에 나오는 등 16억원 선이 무너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같은 주택형 기준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매매값이 16억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용 76.5㎡의 최저 호가는 16억7000만원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낮았던 실거래가인 16억2000만원(7월 중순·4층)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초순 20억2800만원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끊긴 전용 82㎡도 18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잠실동 K공인중개사는 “지난달에 전용 76㎡짜리 매물이 16억5000만원에 팔렸다”며 “석 달 전보다 2억원 정도 시세가 빠질 정도로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도 하락세가 훨씬 가파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 아파트 특성상 9·13 대책 이후 위축되는 시장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해 11월2일 마이너스(-) 0.13%로 내림세로 돌아섰고 9주째 연속 하락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도 지난해 10월 말 166조9151억원에서 12월 말 163조7428억원으로 두 달 새 3조1700억여원 증발했다.
“보유세 부담, 재건축 아파트 조정 폭 가를 것”
김규정 NH투자증권 WM컨설팅부 연구위원은 “지난해만 해도 수억원씩 급등한 데 따른 반대급부로 조정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도호가가 떨어졌는데도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분석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력한 데다 재건축 진행 상황도 더딘 상황”이라며 “호가가 떨어졌다 해도 아직 이익을 보기 어려워 매수세가 약한 것이다. 한두 달여가 더 지나야 하락 저지선이 확인될 것”이라고 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세 부담이 늘면서 투자 목적의 추가 매수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4월 공시지가가 발표되고 6월 실제 세금 납부서를 받아본 보유자가 얼마나 매물을 내놓을지에 따라 재건축 시장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수석전문위원은 “1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이사철에 얼마나 매물이 소화될지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값 추이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