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일반고]서울대 진학 상위 30개교, 일반고 13→5곳 급감

일반고 입학실적 하락…우수학생 진학 꺼리며 악순환
올해 서울대 합격 30위권 중 75%는 과고·외고·자사고
특목·자사고 17→24개교 늘 때 일반고 13→5곳 급감
  • 등록 2018-08-17 오전 5:00:00

    수정 2018-08-17 오전 5: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비중을 높이면서 일반고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교과성적(내신)뿐 아니라 동아리활동·수상실적 등 비교과 영역까지 평가하는 학종에서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일반고가 열세인 탓이다. 일반고의 상위권 대학 입학실적이 악화하자 우수학생이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하면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데일리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16일 ‘서울대 합격자 배출 상위 30개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고교 중 일반고는 급감하고 그 빈자리를 특목·자사고가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30위 고교(공동순위 포함 32개교) 중 일반고는 5곳(15.6%)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어고(외고)·과학고(과고)·영재학교 등 특목고와 자사고는 24곳으로 75%를 차지했다.

올해 서울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는 서울예고(67명)로 조사됐다. 이어 △서울과고 57명 △하나고·용인외대부고 55명 △대원외고 53명 △경기과고 51명 △대전과고 47명 △한영외고 34명 △민족사관고·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33명 순이다.

상위 10개교 중 영재학교는 4곳, 전국단위 자사고 3곳, 외고 2곳, 예술고 1곳이다. 일반고는 한 곳도 없다. 이들 학교가 배출한 합격생은 485명으로 서울대 전체 합격생(3311명)의 14.6%다. 서울대 신입생 7명 중 1명은 상위 10개교 학생이라는 얘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상위 32개교로 범위를 넓히면 영재학교를 포함한 특목고와 자사고가 24개교(예술고 제외)로 75%를 차지한다. 일반고는 5곳으로 15.6%에 그쳤다.

강서고가 24명으로 일반고 중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이어 △단대부고(19명) △숙명여고·신성고·한일고(각 17명)가 뒤를 이었다. 이들 학교 중 3곳은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양천(강서고)·강남(단대부고·숙명여고) 소재 고교다.

2007학년도만 해도 상위 30위개교(공동순위 포함 33개교) 중 일반고는 13곳으로 39%를 차지했다. 특목고·자사고는 17곳으로 절반을 조금 상회하는 51.5%에 그쳤다. 올해 이 비율은 각각 15.6%(5곳), 75%(24곳)로 일반고는 눈에 띄게 하락한 반면 특목·자사고는 23%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2017년 교육통계 기준 전체 고3학생 56만8075명 중 일반고는 77.1%(43만7852명)인 반면, 특목고·자사고는 6.6%(3만7677명)에 불과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는 신입생의 80% 가까이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선발하는데 서울대 지원자 대부분이 1등급 성적으로 지원한다”며 “비슷한 등급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형하기 때문에 내신보다는 서류·면접평가에서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2007학년도만 해도 정시 선발 비중이 53.1%로 수시(46.9%)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3학년도부터 수시 비중을 79.9%까지 올리면서 이를 모두 학종으로 선발했다. 이후 서울대 전체 합격자 중 일반고 비율은 2007년 58.4%에서 43.6%로 하락한 반면 특목고·자사고 비율은 같은 기간 29.1%에서 44%로 상승했다. 서울대가 신입생의 80%를 학종으로 선발하면서 내세운 ‘공교육 정상화’ 취지가 실상은 특목고·자사고를 배려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도 서울대는 전체 정원의 78.5%를 수시 학종으로 선발한다. 서울 상위 15개 대학도 신입생의 43.3%(2018학년도 기준)를 학종으로 뽑고 있다.

수시 학종이 이른바 ‘대세 전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반고가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일반고의 한 진학부장은 “수시 학종이 대세가 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일반고가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성호 대표도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일반고에서는 동아리·수상실적 등 비교과 활동을 채울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12년간 서울대 수시, 정시 전체 합격자가 많은 상위 30위 이내 고교 수 변화(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 ※ 해당 기간 일부 일반고가 자사고로 전환, 자사고 수 자체가 늘었다는 반론을 감안해 자사고 전환 일반고는 2007학년도부터 모두 ‘자사고’로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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