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아울러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제약강국을 위한 한미 혁신경영’도 발표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미의 창조와 혁신, 도전은 대한민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은 한미약품의 최근 공격적인 신약 개발 행보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미약품은 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무려 25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표하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파이프라인은 연구단계에 있는 신약프로젝트를 의미한다. 통상 국내 제약사들이 파이프라인을 2∼3개 정도 운영하는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중 절반 이상인 13개는 사노피, 얀센, 릴리, 제넨텍, 스펙트럼 등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빠른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 역시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마이너에 속한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협력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기술수출 후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한미약품 이후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상황이 돌변했다. 기술 수출한 이듬해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 기술을 한미약품에 반환키로 한 것. 이후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해온 한미약품은 장고 끝에 최근 ‘자식과도 같은’ 올리타 개발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술 반환에 이은 개발 포기로 한미약품을 비롯한 국내 제약사들의 국산 신약 개발 의지마저 꺾여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임상을 포함해 임상1·2·3상을 거치는 동안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평균 9.6%에 불과하다. 한미약품 올리타가 개발 초기단계에서 혁신적인 신약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 역시 최종 상용화할 가능성은 10% 미만이었던 것이다.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었다. 한미약품에게는 그보다 많은 24개의 파이프라인이 남아있다. 한미약품의 도전, 나아가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