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한미약품, 아직 24개 파이프라인 있다

  • 등록 2018-04-24 오전 1:00:00

    수정 2018-04-24 오후 2:36:18

[이데일리 강경래 벤처중기부장] “혁신 없이는 창조와 도전은 물론 생존과 미래도 없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아울러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제약강국을 위한 한미 혁신경영’도 발표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미의 창조와 혁신, 도전은 대한민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은 한미약품의 최근 공격적인 신약 개발 행보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미약품은 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무려 25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표하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파이프라인은 연구단계에 있는 신약프로젝트를 의미한다. 통상 국내 제약사들이 파이프라인을 2∼3개 정도 운영하는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중 절반 이상인 13개는 사노피, 얀센, 릴리, 제넨텍, 스펙트럼 등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빠른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 역시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마이너에 속한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협력 수준이다.

한미약품의 이 같은 공격적인 신약 국산화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제약산업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한미약품은 폐암 표적항암제인 ‘올리타’를 지난 2015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7억3000만달러(약 8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당시 기술수출 금액은 국내 제약산업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기술수출 후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한미약품 이후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상황이 돌변했다. 기술 수출한 이듬해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 기술을 한미약품에 반환키로 한 것. 이후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해온 한미약품은 장고 끝에 최근 ‘자식과도 같은’ 올리타 개발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술 반환에 이은 개발 포기로 한미약품을 비롯한 국내 제약사들의 국산 신약 개발 의지마저 꺾여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임상을 포함해 임상1·2·3상을 거치는 동안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평균 9.6%에 불과하다. 한미약품 올리타가 개발 초기단계에서 혁신적인 신약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 역시 최종 상용화할 가능성은 10% 미만이었던 것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지연과 유예, 중단 등 이슈는 역사가 100년 이상 된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다. 이러한 수 없는 반복 끝에 비로소 혁신신약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흔히 제약산업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었다. 한미약품에게는 그보다 많은 24개의 파이프라인이 남아있다. 한미약품의 도전, 나아가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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